시민들의 기대감만 잔뜩 부풀렸다
말장난에 그친 공약이
지금도 시민들 머리에 어른거리기 때문이다.
정치권이 민감하게 반응하는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 추석 연휴를 맞아 사방팔방으로 흩어졌던 일가 친척이 고향을 대거 찾는다. 추석은 지역의 주요 현안은 물론 다른 지역 민심까지 엿볼 수 있는 ‘민심의 풍향계’ 라 할 수 있다. 중앙당은 물론 지역 정치권은 민심잡기 대목을 맞은 것이다.
이번 추석의 의미, 결은 남다르다. 강원특별자치도지사와 원주시장이 12년 만에 교체되고 내년 4월 10일 제 22대 총선을 앞두고 있으므로 추석 차례상에 올린 이슈는 진수성찬, 산해진미라고 표현해도 무리가 아닐 듯 싶다.
특히나 내년 총선 후 곧바로 현 도지사, 시장의 임기가 반환점을 돌게 된다. 현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중간평가의 성격 또한 짙다고 볼 수 있다. 그래서 정치권은 추석 차례상 민심에 올릴 화두 공략에 집중하고 있다.
전국단위 선거이니 결국 내년 총선도 중앙 이슈에 큰 영향을 받을 터이지만, 현 김진태 지사, 원강수 시장에 대한 직무 수행 능력, 호불호도 선거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이다. 그래서 그런지 원주시는 시민들의 눈과 귀를 사로잡는 임팩트 강한 메시지 전달에 온 신경을 집중하는 모습이다.
원주시는 오는 26일 부론일반산업단지 착공식을 대대적으로 연다. 이 행사는 경제도시 원주와 궤를 같이하고 있다. 행사비용만도 수천만 원에 이른다고 하니 원주시가 홍보에 얼마나 열과 성을 쏟는지 짐작하고도 남는다. 공장 지을 땅이 없다는 아우성이 난 지 오래됐으니 부론일반산업단지는 물론 부론국가산업단지 조성사업도 이른 시일 안에 마무리돼야 한다.
이 행사를 앞두고 원주시가 배포한 정례브리핑 자료 제목이 뇌리에 콱 내리 꽂혔다. ‘부론일반산업단지, 15년 만에 첫 삽’을 타이틀로 걸었다. 하지만 15년 만에 첫 삽은 아니다. 정확하게 표현하면 재착공이다. 국토교통부 산업입지정보센터(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008년 9월 지정·고시된 부론일반산업단지는 지난 2018년 5월 17일 착공했다. 현재 황톳빛으로 변한 부지는 첫 삽이 아님을 그대로 증명하고 있다. 사업 이력에 따르면 14차례의 강원도 고시가 떠 있을 정도로 부론일반산업단지 조성사업은 시행자 교체, 사업 변경 등 사연도 가지가지다. 이번에 적기 분양이 이뤄져 사업이 본궤도에 오르길 시민들은 기대하고 있다.
삼성전자 반도체공장 유치도 빅 화두다. 강원특별자치도와 원주시의 공약 이행을 위한 광폭 행보는 계속되고 있다. 반도체 소부장 업체 이전 협약, 반도체교육센터 국비 확보 등 이제 ‘원주시=반도체’란 등식의 이미지가 시민들 뇌리에 고착돼 있다고 봐도 무방할 것 같다. 그러나 언제부터인가. 삼성전자 반도체공장 유치에서 ‘삼성전자’는 꽁무니를 감추고 그냥 ‘반도체공장’으로 통칭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정부 공모사업인 국가첨단전략산업특화단지, 소부장특화단지에 도전장도 내밀지 못한 만큼 기반시설이 취약한 원주 지역의 현실은 ‘앞날이 구만리’일 정도로 까마득해 보인다. 먼 훗날의 일 같지만, 몇몇 소부장 업체의 집적지(?)에 그칠 수 있다는 여론이 꽤 설득력 있게 들리고 있는 게 현실이다. 현 도지사, 시장의 임기가 마무리되는 오는 2026년 6월 말까지, 아니 재선된다면 임기 이후에도 계속사업이 될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 체감 경기가 바닥이라는 것도 한숨거리다. 정부의 긴축재정에 따라 지방정부의 곳간 사정 또한 위축된 상황에서 씀씀이를 줄이고 있어 벌써 서민경제 침체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해 각종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건설경기마저 위축되면서 미래 경제 전망이 우울하다. 두 가지 이상의 악재가 겹쳐지는 복합위기인 퍼택트 스톰(Perfect Storm)이 현실화된 것이다.
오를 대로 오른 물가로 차례상 차리는 주부들의 주름살을 더욱 깊게 하고있다. 우울과 근심이 우리 모두의 마음을 짓누르고 있다. 아무튼 추석 민심 전광판은 외견상 화려해 보이지만, 속살을 들려다보면 그닥 실속은 없어 보인다. 과거 온갖 현란한 수사로 가득한 뻥을 통해 시민들의 기대감만 잔뜩 부풀렸다 말장난에 그친 공약이 지금도 시민들 머리에 어른거리기 때문이다. 그나마 추석의 풍성함과 고향의 넉넉함이 있어 우리에게 힘이 되고 위안의 온기를 선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