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 있는 아침] 김완하 作 / 만대항에서
[시가 있는 아침] 김완하 作 / 만대항에서
  • 원주신문
  • 승인 2023.10.08 2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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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대항에서

김완하

너무 외진 곳이라서

가다가다 그만두고 만대, 라고 궁색한 유래를 말해 주는 마을 사람

방파제는 바다와 안쪽을 나누어

물도 잠시 그 안쪽에 쉬며 지나온 곳과 나아갈 곳에 숙고한다.

 

아이들 몇이 드리운 낚싯대에 꿰어 뒤척이는 바다

출렁이는 물 사잇길로 걸어오는 아이가

들고 있는 물통 속에 들여다보니

망둥어 한 마리와

구름이 한 채 잠겨 있다.

 

아이가 담아놓은 물통 속에는

작은 섬도 몇 개 커가고 있다

김완화 시집 『집 우물』,《천년의 시작》에서

내 경험으로 고독한 사람은 산을 오르고 외로운 사람은 섬을 찾아야 고독을 알아가고 외로움을 알아갈 듯하다. 고독과 외로움의 차이는 크다. 고독은 스스로를 이겨내야 하고 외로움은 스스로를 지켜내야 한다. 이겨내는 것과 지켜내는 것이 비슷해 보이지만 사뭇 다르다. 나무가 자라는 모습은 고독을 이겨내는 일처럼 보이고 강이나 저수지, 바다의 물처럼 흘러들어 가득 채워놓지만 그 가득함으로 다가서지 못하는 거리는 외로움이라 말 할 수 있다. 김완하 시인의 시 《만대항에서》에서는 바로 외로움을 이겨내는 모습을 그려내고 있다. 가벼운 듯 보이는 만대라는 마을의 유래부터 그 마을 아이들이 바다를 낚시에 꿰여 뒤척이는 모습과 물통에 담은 하늘의 모습까지 외로움이 몰려드는 풍경들이다. 외로움을 이겨내는 일은 갯바위 위 갈매기 울음을 품을 줄 알아야 한다. 그리고 그 갈매기 울음을 품은 가슴에서 파도보다 더 깊은 눈물을 삭힐 수 있을 때 외로움을 진정으로 이겨낸다고 볼 수 있다. 김완하 시인은 그 외로움과 사투를 벌이는 만항의 풍경들을 공짜로 담아오지 못하고 수없이 허공에 버리고 왔을 법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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