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식충전소] 재미와 교양으로 공부하는 영어
[지식충전소] 재미와 교양으로 공부하는 영어
  • 최광익
  • 승인 2023.10.08 21: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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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로지 고득점을 위한 시험 영어,
인문학적 이해 없는 맥락을 무시한 영어는
그동안 우리 영어교육의 한계였다.
△최광익 [전 하노이한국국제학교장·교육칼럼니스트]
△최광익 [전 하노이한국국제학교장·교육칼럼니스트]

글로벌 시대 영어를 잘하는 것은 모두의 바람이다. 영어는 단순히 의사소통 수단을 넘어 정치, 경제, 정보, 학문영역의 공용어로 자리 잡았다. AI나 자동번역기의 등장에도 영어에 대한 열기는 식지 않고 있다. 어떻게 하면 영어를 잘 할 수 있을까.

영어를 잘하기 위해서는 먼저 단어를 많이 알아야 한다. 소위 ‘word power’로 알려진 단어 이해력이 초등학교부터 강조되는 이유다. 하지만 맥락 없이 무조건 암기한 단어는 오래 기억하지 못한다. 단어의 생성과 사용은 역사 문화적 맥락에서 이루어졌기에 이에 대한 인문학적 이해가 필요하다.

영어는 그리스·로마 신화, 중세 기독교 문화, 르네상스와 대항해시대, 아메리카 대륙 개척, 근대, 세계대전, 현대에 이루는 다양한 사건, 인물, 작품, 사상 속에서 만들어졌다. 언어가 역사 문화적 산물인 이상 이에 대한 인문학적 지식이 필요한데, 우리나라 영어교육은 이 부분이 빠져있다.

일본의 영어표현연구가인 고이즈미 마키오(小泉 牧夫)가 쓴 《어원은 인문학이다》라는 책은 영어 단어 및 관용표현의 유래와 뜻을 인문학적 측면에서 재미있게 풀어 쓴 책이다. 일본에서 《아담의 사과》라는 제목으로 출판되었는데 국내 출판에서는 제목이 바뀌었다. 저자는 영어관련 서적을 200권 이상 편집 총괄한 일본 최고의 영어표현 전문가이다. 그는 그리이스·로마 신화부터 현대 과학기술에 이르기까지 단어의 어원을 찾고 관련 에피소드를 소개하여 억지로 영어를 공부했던 사람들에게 영어뿐 아니라 인문학적 궁금증도 해결할 수 있도록 하여 읽는 재미가 쏠쏠하다. 책을 읽다 보면 일본인 특유의 사소한 것에 대한 꼼꼼함이 곳곳에서 느껴진다.

예를 들어, 영어로 천왕성을 우라노스(Uranus), 해왕성을 넵튠(Neptune), 명왕성을 플레이토(Plato)라 한다. 원소주기율표에는 우라늄(Uranium), 넵투늄(Neptunium), 플루토늄 (Plutonium)이라는 원소가 있다. 이는 그리이스·로마 신화에 등장하는 신들의 이름에서 비롯되었으며, 그 신들의 특성을 이해한다면, 이 단어들의 뜻은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신화에서는 지하 어둠의 세계를 ‘명계(冥界)’라 하고, 이곳을 다스리는 신을 그리이스 신화에서는 하데스, 로마신화에서는 플루토라고 부른다. 얼마 전 왜소행성으로 강등된 명왕성은 태양계에서 가장 먼 어둠의 세계에 위치하고 있어 Plato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플루토늄은 원자폭탄의 주재료로 세상에서 독성이 강한 방사성 물질이라 ‘지옥의 왕’인 플루토의 이름을 딴 것이다.

책에 있는 시저와 관련된 영어표현을 소개해 본다: 기원전 1세기 중엽 로마는 시저, 크라수스, 폼페이우스의 삼두정치 시대가 열린다. 크라수스는 큰 부자였고, 폼페이우스는 군대에 절대적인 영향력을 가지고 있었고 시저의 딸 율리아와 결혼했다. 세 사람의 이해가 미묘한 균형을 유지하면서 세 명이 정권을 장악한 것이다. 시저는 집정관으로 새로운 정책을 시행하여 민중의 지지를 얻은 뒤 자기 자신을 현재 프랑스 지역인 갈리아 총독으로 임명했다. 로마를 떠나 갈리아 총독으로 부임한 시저는 소수의 병력으로 지금의 영국인 브리타니아까지 평정했다. 하지만 크라수스가 전사하고 폼페이우스 아내이자 시저의 딸인 율리아가 죽으면서 상황은 크게 달라졌다. 폼페이우스는 시저의 세력이 커지자 그를 위험한 존재로 여겨 원로원과 협력해 시저를 갈리아 총독에서 해임하고 본국 소환을 명령했다. 시저가 비무장으로 로마에 귀환한다면 재판에 넘겨져 숙청될 가능성이 컸다. 시저는 자신의 군대를 이끌고 로마로 향했다. 무장한 군대가 갈리아와 로마의 경계를 흐르는 루비콘강을 통과하는 것은 금지였으며, 이는 로마에 대한 반역을 의미했다. 여기서 ‘루비콘강을 건너다(cross the Rubicon)’라는 표현이 생겼다. ‘돌이킬 수 없는 과감한 결정을 하다’라는 의미로 지금도 사용하고 있다. 시저는 루비콘강을 건널 때, 병사들에게 “The die is cast(주사위는 던져졌다)”라고 외쳤다. ‘이제 첫발을 내디뎠기 때문에 후퇴할 수 없다’라는 필사의 결의를 나타난 말이다.

오로지 고득점을 위한 시험 영어, 인문학적 이해 없는 맥락을 무시한 영어는 그동안 우리 영어교육의 한계였다. 학생들의 역사적 궁금증도 함께 해결하는 재미있는 영어교육이 필요한 시점이다. 저자가 일본에서 ‘재미있는 영어(entertainment English)’를 주장하며 시작한 그의 노력은 《영단어 인문학》, 《관용어의 세계》라는 책으로 이어지고 있다. 다행히 모두 우리말로 번역되어 서점에서 쉽게 구할 수 있다. 영어를 재미와 교양으로 접근해 보는 방법을 추천한다.

추천도서: 고이즈미 마키오(2018). 어원은 인문학이다. 사람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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