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로봉에서] ‘리틀 윤석열’이 지역에 어른거린다
[비로봉에서] ‘리틀 윤석열’이 지역에 어른거린다
  • 심규정
  • 승인 2023.10.15 21:20
  •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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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규정<원주신문 편집장> 

한 달 전 쯤으로 기억된다. 내년 치러지는 총선 출마예정자인 여권의 한 인사를 만났다. 중앙과 지역의 정치 현안, 총선 여야 후보들의 품평에 대해 허심탄회한 대화를 나눴다. 나는 그에게 은밀한 속내를 털어놨다.

“지난 대통령 선거에서 윤석열 후보를 찍었다. 사법 리스크가 큰 이재명 후보가 너무 싫어서. 그런데 취임 이후 국정을 운영하는 것을 보고 마음이 바뀌었다. 야당이 말하는 검찰 독재란 말에 공감한다. 대통령은 고집이 너무 센 것 같다. 독선 덩어리처럼 보인다”라고 말한 것으로 기억된다. 이 말을 전해 들은 인사는 정색하며 다소 놀라는 표정을 지었다. “(편집장을 만나기 전)같은 당 지방의원을 만나 대화를 나눠봤는데 편집장과 비슷한 말을 했다”라는 전언이었다.  

지난 11일 치러진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 선거는 더불어민주당 진교훈 후보의 완승, 김태우 후보의 완패로 끝났다. 자세히 뜯어보면 유권자들이 윤석열 대통령과 국민의힘에게 경고장을 날린 것이다. 왜 이런 생각이 들었을까. 보궐 선거를 치르게 한 원인 제공자를 사면복권까지 해주면서 공천을 준 것은 유권자를 초등학생 수준으로 여겼다고 볼 수 있다. 유권자들의 눈높이는 아랑곳하지 않는 황제점지식, 일방통행식 공천 관행의 극치다.

최근 신원식, 유인촌, 김행 장관 후보자들의 면면을 보고 실망 내지는 식상함이 더욱 배가됐다. MB맨(유인촌)의 귀환, 귀를 의심할 정도로 앞뒤가 꽉 막힌 막말 인사(신원식), 주식 파킹의혹과 함께 인사청문회장에서 “나갑시다”란 여당 의원의 말과 함께 꼬리를 감춘 후보(김행)를 보고 인재풀의 한계를 엿볼 수 있다. 일부 인사에 국한된 이야기지만, 인사가 만사가 아니라 망사가 될 수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언제부턴가 일부 장관들은 국회에서 보란 듯 야당 의원과 불퇴전의 입씨름이 일상화된 것 같은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물론 야당 의원들이 마치 피의자 다루듯, 답변기회를 주지 않고 질문만 쭉 나열하는 것은 비난받아 마땅하다. 그렇다 하더라도 국민의 눈에 장관이 마치 국회의원을 면박, 핀잔을 주는 것처럼, 비아냥대는 것처럼 가장 큰 확성기인 미디어를 통해 국민들에게 비치는 것은 심히 유감이다. 전투력이 강한 장관은 누구인지 서로 경쟁하는 듯한 모습이다. 국회의원들에게 저 정도인 사람들이 국민들에게 오죽할까? 

결국 이번 보궐 선거에서 유권자들은 사법리스크의 끝판왕처럼 비친 이재명 대표보다는 독선적이고 일방통행식으로 국정을 운영하는 윤석열 대통령에게 더 많은 패널티를 몰아준 것으로 볼 수 있다. 대통령의 임기 반환점이 아직 한참 멀었으니 국민의힘으로서는 그간 꿀 먹은 벙어리처럼, 조개껍데기처럼 입을 꾹 닫고 지켜볼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그러는 사이 윤석열 대통령의 리스크가 새록새록 쌓여 민주당 후보의 득표력을 끌어올리는 견인차 역할을 했다고 볼 수 있다.

“민주당의 승리가 아닌 국민의 승리, 민생 파탄에 대한 국민의 심판으로 규정해야 한다”라는 이재명 대표의 관전평은 정확하고 엄중한 상황인식이다. 오만(傲慢)과 거만(倨慢)과 자만(自慢) ‘3만의 민낯’은 실패로 가는 지름길이다.  ‘실패는 무(無)나 마이너스가 아니라 미래의 플러스를 위한 좋은 밑거름이다’ 위대한 발명가 토머스 에디슨의 격언은 우리가 곱씹어봐야 한다. 순도 높은 참패는 오히려 디딤돌이 될 수 있다. 눈 가리고 아웅식의 변화가 아니라 뼛속까지 자신을 바꾸는 환골탈태의 처절한 자기반성이 필요하다.

안타까운 이야기지만, 지역에서는 벌써 국민의힘 일부 정치인의 리더십을 빚대 ‘리틀 윤석열’이라는 말이 회자할 정도이니 문제의 심각성이 더욱 넓고 크게 다가온다. 지난 2010년 국민의힘 전신인 새누리당 후보로 도의원에 출마했던 필자의 친정을 향한 이런 진단이니 일반 시민들의 입장은 가히 짐작하고도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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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실동 2023-10-15 22:28:31
한동훈법무부장관? 설마~~

원주시민 2023-10-15 22:25:19
원주가 밥그릇도 아니고

태장동 2023-10-15 22:24:19
평소에는 원주시를 위해 아무런 일도 하지 않다가, 개인 영달을 위해 선거를 위해 돌아오는 인사들은 원주시민들이 거부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