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한 해 100만 명이 찾는 치악산
[기고] 한 해 100만 명이 찾는 치악산
  • 김대중
  • 승인 2023.10.15 21: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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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편의 시설은 취약하다.
무엇보다 세렴폭포에는 화장실도 없어서
자연 속에 해결해야 되는 불편이 심각한 상황이다.
△김대중 [원주옻칠기공예관장]
△김대중 [원주옻칠기공예관장]

치악산에는 올해 몇 가지 좋은 일들이 생겼다. 첫째가 지난 5월부터 구룡사 쪽 출입에 입장료가 없어졌다. 그동안 매표소에서 입장료를 받았다. 노인을 제외한 어른들은 1인당 3천 원이지만 좋아하는 이들이 없었다. 작은 돈이지만 돈 내는데 기분 좋은 사람은 없다. 어떤 사람들은 아주 기분 나빠했다. 문화재 관람료라는 명목으로 받아 온 것이다. 물론 구룡사만이 아니라 전국의 조계종 산하 사찰이 있는 곳은 모두 그렇게 운영됐다. 이용객들의 불만을 잘 아는 조계종 측에서 정부와 협상해서 지난 5월 전국적으로 폐지한 것이다. 3천 원은 작은 돈이지만 사실 일행 서너 명이면 1명의 점심값이다. 또 하나는 문화재는 관람도 안 하는데 왜 내느냐였다. 그런 여론이었으니 원성이 없을 리 없었다. 이런 걸 잘 아는 구룡사 측도 입장료 받는 걸 좋아하지 않았다. 종단 측의 방침이니 어쩔 수 없었다. 어쨌든 모두가 좋아하는 굿 뉴스였다.

두 번째가 옛 구룡분교 터를 문화공간으로 바꾼 것이다. 이 분교는 오랫동안 방치됐다. 보기 흉했다. 옛날에는 학생들이 100여 명이나 됐다. 황장목 숲길을 걷다 보면 길가로 옛날에 화전을 일궈 살던 터들이 보인다. 이 일대에 80여 호에 이르렀다고 한다. 화전정리와 치악산이 국립공원으로 지정되면서 모두 떠나고 집터와 농경지 터만 남은 것이다. 그 사람들이 다니던 학교 터가 구룡분교였다. 구룡분교 자리는 아주 이쁘다. 학교 주변을 황장목이 울창하게 에워싸고 있다. 바로 앞에 아름답고 깨끗한 계곡이 있다. 늘 새소리와 물소리가 어우러지는 숲 속의 힐링 공간이다. 이 공간을 구룡사에서 문화공간으로 바꿨다. 높은 전망대를 세우고 남은 터를 문화 공연장으로 만들었다. 최대 3천 명까지 수용할 수 있다. 구룡사 측에서 자비로 준비하다 보니 살짝 부족한 점들도 있지만 그게 매력으로도 보인다. 원주시에서는 화장실만 지어줬다. 구룡분교 마당에 마련된 야외 공연장에는 이달에만 10개의 공연이 있다.

이런 분위기에서 공연하는 기회가 흔치는 않은 일이니 관심이 높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덤으로 전망대에서 치악산을 걷지 않고도 볼 수 있으니 금상첨화다. 전망대는 준비하는데 10여 년이 걸렸다. 높이를 낮춰라 뭐해라 하면서 설계 변경 등으로 강산이 변하는 시간을 잡아먹었다. 그렇게 해서 지난 7월 문을 열게 됐다. 전망대 높이 31.4m다. 이 전망대의 25m 높이에 있는 카페는 원형으로 70평 규모다. 실내와 데크로 만든 실외까지 128석이며 치악산이 한눈에 들어온다. 주말에는 꽉 들어찬다. 단풍이 물들기 시작하면서 더 많은 사람들이 찾고 있다.

치악산은 올해 탐방객이 1백만을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에 80만여 명이었다. 문화공간이 갖춰지고 힐링 걷기의 상징이 된 황장목숲길 등이 탐방객들을 끌어들이는 요인이 되고 있다. 치악산은 수도권과 경상도권에서 많이 찾는다. 원주 시민들보다 더 많다. 영동고속도로와 중앙고속도로 등의 뛰어난 교통 접근성 때문이다. 하지만 아직 편의 시설은 취약하다. 무엇보다 세렴폭포에는 화장실도 없어서 자연 속에 해결해야 되는 불편이 심각한 상황이다. 터미널과 기차역을 경유하는 시내버스 운행 등 한두 가지가 아니다. 한국전쟁 직후 모습의 진입로 주변은 돈이 많이 들어가서 방치한다지만 기본적인 편의시설조차 못하는 것은 참 부끄럽다. 가치를 모르니 관심을 주지 않는 것이다. 원주의 민낯을 온 세상에 내놓고 한 세기가 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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