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지 인문학 기행기 1] 고요한 섬세, 화지의 도시 미노
[한지 인문학 기행기 1] 고요한 섬세, 화지의 도시 미노
  • 이주은
  • 승인 2023.10.22 21: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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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주한지 콘텐츠를
한 단계 끌어올릴 수 있도록
관심을 기울여야 할 시점이다
△이주은 [사단법인 한지개발원 사무국장]
△이주은 [사단법인 한지개발원 사무국장]

(사)한지개발원은 코로나로 인해 그간 미뤄왔던 한지 인문학 기행을 이번 10월에 실시하게 됐다. 첫 번째 기행지는 원주시와의 우호협약도시이며 원주한지 와는 종이문화교류로 인연이 깊어 형제 도시나 다름없는 일본 미노(美濃)시다. 미노시 역시 원주한지와 마찬가지로 지역 특산물로 종이를 뜬 역사가 깊다. 1,300년 전의 족보 유물로 남아있는 미노화지(和紙, 와시)의 역사는 조선시대 때 한지가 많이 생산되고 소비되었던 원주의 역사가 오버랩된다.

10월 6일 새벽 5시 30분, 한지작가와 실무자로 구성된 기행단의 캐리어 바퀴소리가 새벽을 열었다. 한지 기행단은 총 3박 4일의 일정으로 한지테마파크에서 집결하여 공항으로 이동, 인천에서 일본까지 2시간을 날아갔고 나고야 공항에 도착하자 미노시청 공무원 세 분이 우리를 맞아주었다.

나고야 공항에서 또 한 시간 반 이동하면 기후현 미노시에 도착하게 된다. 미노시는 일본의 중앙에 위치한 도시로 인구 약 2만 명의 소도시이나 화지 중에서도 고품질로 명성이 높은 미노화지와 에도 시대의 전통거리인 우타츠 거리가 잘 보존되어 있는 도시이다. 전통방식으로 미노화지를 뜨는 기술인 혼미노시는 1969년에, 우타츠 거리는 전통건축 보존구역으로 1999년에 정부로부터 지정되어 보존되고 있다.

삼국시대 승려 담징이 일본으로 종이제조 기술을 전했고, 이 종이제조 기술을 전수받아 ‘종이의 신’ 축제가 천 년 이상 지속된 에치젠에서 미노로 종이뜨는 기술이 흘러들어 왔다. 종이문화의 시작은 우리가 먼저였으나 일본의 화지는 2014년 유네스코 세계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되어 2024년 등재 신청을 앞두고 있는 한지보다 세계적인 인증이 먼저 이루어졌다.

미노시의 종이는 어린 시절, 문구사에서 구입한 얇디얇아서 그림을 베끼기 좋은 종이 미농지를 일컫는 말이었다. 실제 2011년 처음 미노시를 방문했을 때 미노화지를 보았고 그 섬세함에 놀랐다. 고즈넉한 시골마을, 우타츠거리가 미노시의 유구한 역사를 품고 나가라강의 힘찬 물길과 자연환경은 미노화지를 맑고 투명하게 만들었다. 또한 예부터 나가라강의 고즈치 항은 선박 물자 집산지로 화지를 중심으로 한 경제활동이 진행되어 미노시가 상업도시로서 번영해 나갈 수 있었다.

한지와 빛이 만나 종이의 아름다움을 극대화하듯 미노화지도 전통등으로 많이 만들어지고 있다. 매년 10월 첫째 주 미노시는 국제 아카아트 화지 등 공모전과 축제를 진행하는데 이번 기행의 목적에 축제 참관이 그 한축을 차지했다.

10월 6일 미노시에 도착해 저녁시간까지 화지회관 내 원주한지 상설 전시관 한지 작품교체를 진행했고, 7일에는 화지 직물작가의 공방과 세키 칼축제 참관, 8일에는 기후시 공예품거리 탐방, 화지공방 방문, 아카리아트 축제 참관으로 이어졌다. 축제의 거리에서는 13년 전의 기억을 더듬으며 우타츠거리에 설치된 등작품을 감상했다. 코로나 여파로 공식 행사가 없이 등공모전 수상작 전시만으로 진행된 축제가 더욱 고즈넉한 느낌을 주었다.

일본에서 꼭 가고 싶은 나오시마, 삿포로 축제 등의 위시 리스트와는 별개로 두 번의 일본 방문에 미노시만 두 번을 찾았다. 몸 둘 바를 모를 정도로 친절하고 배려심 많은 미노의 장인들, 시청 직원, 그리고 그 당시 처음 만났던 청년 화지장인 가노 다케시는 현재 미노 화지협동조합 이사로 활동하는 등 미노지의 민·관 화지 관계자는 미노화지의 보존과 전승을 한 마음으로 이어가고 있다.

화지의 무형문화재 지정과 기능보유자 장인의 인간국보 지정, 장인 및 전수자 인건비 지원 등 우리보다 한 발 앞섰던 화지보존 정책과 지방자치단체가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화지 교육이 포함된 교과과정, 지방별로 특색을 달리하고 있는 화지 육성정책은 한지문화 종사라로서 부러움을 사게 한다. 원주시도 거시 계획으로 한지를 정책적으로 육성하고 전주, 안동 등 다른 한지도시의 부러움을 사고 있는 원주한지 콘텐츠를 한 단계 끌어올릴 수 있도록 관심을 기울여야 할 때임을 새삼 느끼며 한지 인문학 기행의 첫 페이지를 넘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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