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사랑하며] 사회적 약자들은 궁금하다.
[살며 사랑하며] 사회적 약자들은 궁금하다.
  • 임길자
  • 승인 2023.11.05 20: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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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성원들의 욕망을 통제하여 반사회적 요소를 제거하고
타협점을 찾아낼 수 있는 힘은
공공성 실현에 대한 기대에서 나온다.
△도향 임길자 [문막노인복지시설 정토마을 원장]
△도향 임길자 [문막노인복지시설 정토마을 원장]

미국의 심리학자 에이브러햄 매슬로는 1966년 ‘도구의 법칙(law of the instrument)을 제시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가진 도구가 망치뿐이면 모든 문제가 못으로 보인다.” 사람은 자신이 가진 지식과 도구에 따라 세상을 바라보고, 이에 따라 문제를 해결하려는 편향이 있을 수 있다”고 했다. 법의 정신은 힘이 강하든 약하든, 돈이 많든 적든, 여자든 남자든, 어른이든 아이든, 장애인이든 비장애인이든 간에 법 앞에서는 모두가 평등해야 한다. 그러므로 그 법은 사람을 지키는 도구여야 하고, 사람들은 그 도구에 의해 보호받아야 한다.

'이기적 유전자' 라는 책으로 세계적인 스터디셀러 작가가 된 리처드 도킨스는 “남을 먼저 배려하고 보호하면 그 남이 결국 내가 될 수 있다. 서로를 지켜주고 함께 협력하는 것은 내 몸속의 유전자를 지키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 약육강식에서 이긴 유전자만이 살아남는 것이 아니라 상부상조를 한 '종'이 더 우수한 형태로 살아남는다”라고 말했다. 결국 이기심보다는 이타심, 즉 내가 잘살기 위해 남을 도와야 하는 것이 모두가 잘 살 수 있는 유일한 길이라는 것이다.

수많은 동물 중에서 사슴만이 먹이를 발견하면 함께 먹자고 동료를 부르기 위해 운다고 한다. 여느 짐승들은 먹이를 발견하면 혼자 먹고 남는 것은 숨기기 급급한데, 사슴은 오히려 울음소리를 높여 함께 나눈다는 것이다. 그래서 녹명(鹿鳴)을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울음소리라고 한다.

사람이 먹을 빵을 만드는 공장에선 시설을 안전하게 개선하는 데 사용할 비용을 아껴서 그 빵 공장에서 빵을 만드는 사람들이 빵을 만드는 기계에 끼이고 빨려 들어가 죽고 다치고 있는데, 그 공장에서 만든 빵은 여전히 사람들 먹으라고 시장에 나오고 있다. 사람들이 살 집을 짓는 건설 현장에서는 자재를 아끼느라 사람이 살 수 없는 집을 만들고, 거기에 고용되어 할 수 없이 사람이 살 수 없는 집을 만들던 사람들도 날마다 떨어지거나 떨어지는 물건에 맞아 죽고 다친다. 이익을 신성시하는 사람들의 파괴적 이익 추구를 막을 힘이 있는 사람들 역시 이익을 신성시하는 대열에 서 있는 것 같다.

인구 감소를 해결하기 위해 국가는 무엇을 하고 있는가? 길 바닦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압사당해 죽고, 나라를 지키겠다는 사명으로 집을 나섰던 군인이 물에 빠져 죽고, 재발 방지를 위해 일어난 현상들을 원칙대로 수습하려던 사람들이 죄인 된 이 불편한 사회에서 우리는 과연 국가를 기대할 수 있겠는가?

잠시 가던 길을 멈춰 서서 저물어가는 2023년의 남겨진 시간들을 살핀다. 사회가 해체되지 않게 하는 가장 중요한 구심력은 공공성 실현에 대한 기대이다. 이 세상 어디에도 갈등이 없는 조직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갈등을 공공성 원칙으로 해결할 수 있다는 믿음만 있다면, 결코 갈등이 조직을 해체하는 원인으로 작동하진 않을 것이다. 개인들의 욕망이 만들어내는 불협화음은 언제나 만인에 대한 만인의 투쟁 상태를 지향하지만, 구성원들의 욕망을 통제하여 반사회적 요소를 제거하고 타협점을 찾아낼 수 있는 힘은 공공성 실현에 대한 기대에서 나온다. 국가는 공공성 실현을 위한 도구이기 때문이다.

요즘 예산철이다. 중앙정부예산에 따라 지방정부예산이 수립되고, 그 내용에 따라 민간사회단체 예산이 편성된다. 많은 부분 국민들의 세금으로 구성된 국가 예산이 누구를 위해 어디에 어떻게 사용되어 질지 사회적 약자들은 궁금하다. 여러 말(言)의 포장이 아닌 실천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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