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대자연과 교감하는 문화예술
[기고] 대자연과 교감하는 문화예술
  • 박창호
  • 승인 2023.11.05 20: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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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주문화에 자연을 입혀야겠다고 다짐하였다.
자연과 함께하는 원주문화의 디딤돌이 될 것이다.
△박창호 [원주문화재단 대표이사]
△박창호 [원주문화재단 대표이사]

지난 3년간의 코로나19는 세상의 변화를 많이 가져왔다. 전 세계에서 많은 사람이 사망하였고, 필자의 착한 친구인 의사 한 명도 떠났다. 또 다른 자상했던 친구도 지금 사경을 헤매고 있다. 그리고 전 세계인은 발목을 잡혀 옴짝달싹하지 못했다. 그러나 세상이 언제 그랬냐는 듯 일상생활로 돌아왔고, 필자도 원주문화재단의 대표행사인 댄싱카니발과 에브리씽 페스티벌을 열심히 일했던 직원들 덕분에 무사히 끝내고 홀가분하게 미국으로 떠났다. 공항은 여전히 붐비었다. 

미국에 가서 참으로 오랜만에 학교를 방문하였다. 2002년 50 중반의 늦깎이 나이로 세계의 행정수도라고 할 수 있는 워싱턴 DC 조지타운 의과대학 부속병원에서 스포츠의학과 노인의학을 연수하였다. 최근 한국은 저출산의 문제로 학령인구가 급격히 감소하여 대학들마다 신입생 등 학생이 부족해서 아우성인데, 미국은 세계 속의 젊은이들이 새로운 학문을 익히고자 많이 몰려드는 탓인지 대학가는 20여 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활기찼다. 

필자는 원주문화재단 무보수 봉사직의 비상임 대표이사로 있으며 개인 비용으로 다녀왔다. 그러나 문화재단 대표이사라는 직분을 잊을 수는 없기에 미국의 문화예술에 대하여 자연스럽게 관심을 가지고, 국립미술관(National Gallery of Art), 허쉬혼 조각정원(Hirshhorn Sculpture Garden), 한국전쟁 참전용사 기념비(Korean War Veterans Memorial) 등을 방문하였다. 위 세 곳의 공통점은 자연과 함께 어우러져 있다는 것이다. 생명이 없는 돌, 금속 재질 등으로 이루어진 조각, 기념비 등이지만 야외의 멋진 자연환경이 뒷받침되어 생명력이 느껴졌다. 지난 20여 년간 많은 것이 변했지만, 자연과 예술품은 그대로 함께 있었기에 더 위대하고 아름답게 느껴졌다. 

자연과 함께하는 미국을 느끼고 귀국하는 마음은 가볍지만은 않았다. 우리 원주의 문화예술을 어떻게 재창조할 것인가에 대한 숙제가 밀려왔다. 아무리 인간이 아름다운 문화예술을 창조한다고 하지만, 자연이 주는 색을 인간이 만들 수는 없다. 따라서 자연과 함께하는 예술, 그 특성을 살린 예술이 가장 위대하다. 그런데 우리 원주시는 지난 10여 년을 뒤돌아보건대, 자연을 너무나 훼손했다. 그 아름답던 옛 원주여고(현, 원주문화재단)의 많은 나무를 한순간에 베어버리고 회색빛 콘크리트로 덮여 놓았다. 10년이면 강산이 변한다고 하는데, 정말 원주의 지난 10년은 강산이 변해도 너무 변했다. 차가운 콘크리트 도시로... 

원주문화재단은 2023년 새로운 행사를 기획했다. 대표적인 것이 제1회 벚꽃 버스킹(4월)과 제1회 에브리씽 페스티벌(10월)이다. 두 행사의 공통점은 자연과 어우러졌다는 것이다. 벚꽃버스킹은 원주천과 벚꽃이 있었기에, 에브리씽 페스티벌은 매지호와 은행나무, 단풍나무들이 있었기에 성공이었다. 그런데 원주천에 벚꽃나무가 베어진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제발 나무는 베어내지 말기를 바란다. 옛 원주여고의 나무를 잘라낸 것은 원주문화를 잘라낸 것과 같듯이 원주천의 벚꽃나무를 잘라내면 새로운 원주문화의 싹을 자르는 것이다. 

필자가 운영하는 병원 이야기도 잠깐 하자면, 우리 병원은 아름답다. 지나가는 사람들이 봄, 가을이면 사진도 많이 찍고, 카페인 줄 알고 들어오는 경우도 많다. 그러면 천천히 편하게 구경하라고 한다. 옥상에는 천도복숭아, 소나무가 있고, 마당에는 갖은 열매와 꽃과 나무들이 많기 때문이다. 이것 또한 작지만, 원주 관광문화의 하나이다. 우리 병원은 명륜동의 봄 꽃, 가을 단풍의 작은 명소임을 자부한다. 

필자는 상지여고, 육민관고등학교를 가끔 산책한다. 그곳에는 오래된 나무가 웅성하여 교정이 아름답기 때문이다. 원주의 많은 시민이 매지리 연세대 교정을 찾는 이유도 그러할 것이다. 미국을 다녀오면서 정말로 원주에서 부족한 부분이 무엇인지 새삼 깨닫게 되었고, 빨리 돌아가서 원주문화에 자연을 입혀야겠다고 다짐하였다. “뿌리 깊은 나무는 바람에 아니 뮐세이다.” 원주의 문화도 자연과 함께 하는 뿌리가 깊은 문화가 형성되기를 바란다. 그래서 필자는 자연과 함께하는 원주문화의 디딤돌이 될 것이다. 그래서 옛 원주여고에 자리잡은 현재의 남산골 문화센터를 다시 아름드리 나무로 채워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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