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 있는 아침] 이세기 作 / 밤 물때
[시가 있는 아침] 이세기 作 / 밤 물때
  • 원주신문
  • 승인 2023.11.19 20:2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밤 물때

이세기

 

밤바다

밤 물때 이는 소리

 

밀려오고

밀려오는

 

이 밤 여기 서 있으면

 

멀리

가까이

 

무엇인가 울고

무엇인가 흐느끼는

숨소리

 

오렴

오렴

어서 오렴

 

밤바다

슬프고 아름다운

 

밤 물때

이는 소리

이세기 시집《먹염바다》, 실천문학사 에서

이세기 시인은 자연과 내통하며 자연 속의 삶을 부단히 끄집어내고, 사람 살아가는 그 삶이 산산이 부서지지만 함부로 그 말들이 경색되지 않게 유지하는 단단한 힘을 보여주는 시인이라는 인상이 깊었다. 밤 물때 소리를 듣는다는 것은 적막하기 그지없다. 바닷가에 산다는 것은 어쩌면 삶의 길을 물속에 묻어 버리지 않고는 내 한몸 오도 가도 못하는, 쪽배 하나 없이는 물방울 하나 이겨내지 못하는 곳이 바닷가이다. 그런 바다의 밤 물때 소리는 사람의 애간장을 다 녹인다. 어쩌면 그 파도 소리 만으로도 밀려오고 밀려가는 마음이 끝없을 것이다. 이 시에서도 그 절정의 느낌만을 밤 물때에 비추어보고 있다는 것이다. 그 절정이 ‘오렴 / 오렴 / 어서 오렴’이라는 간절함으로 물 때 소리를 친근하게 부르고 있다. 물 때 소리를 가슴으로 받아들이는 시인의 넉넉한 마음이 갯바위처럼 단단히 바닷가를 지키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