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왕국의 팝송 이야기 (4) The Sound of Silence ②
최왕국의 팝송 이야기 (4) The Sound of Silence ②
  • 최왕국
  • 승인 2023.11.26 21: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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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를 통해서 소외받는 자들의 외침과 침묵을 병립시키며
민중들에게 관심을 호소하는 것이라는 해석이 유력하다.
△최왕국 [KBS오케스트라 편곡자]
△최왕국 [KBS오케스트라 편곡자]

< The Sound of Silence의 재발견 >

프로듀서 ‘톰 윌슨’은 사이먼과 가펑클 중 누구의 동의도 받지 않고 그들의 오리지날 사운드 위에 일렉기타와 드럼, 베이스를 오버더빙했다. 결과적으로 ‘톰 윌슨’의 이러한 행동은 자칫 묻혀버릴 뻔했던 ‘The Sound of Silence’를 재발굴하게 된 계기가 되었고, 어쩌면 영원히 활동을 접을 수도 있던 ‘사이먼 앤 가펑클’의 재결합의 원동력이 되었겠지만, 가수와 작곡자의 의사를 묻지도 않고 독단적으로 일처리를 했다는 비난을 받을수도 있는 일이었다. (물론 우리가 모르는 피치 못할 사정이 있었을 수도 있다)

어쨌든 이를 계기로 이들은 재결합을 하게 되며, 이후 이 노래는 비틀즈의 노래와 엎치락뒤치락 빌보드 차트 정상을 다투게 된다.

< 영화 ‘졸업’ OST >

1968년 ‘사이먼 앤 가펑클’은 영화 ‘졸업(The Graduate)’의 오리지널 사운드트랙(OST) 작업에 참여하게 되는데, 이 OST에는 ‘The Sound of Silence’가 포함되어 있었으며, 모든 곡을 ‘폴 사이먼’이 작곡했을 정도로 ‘사이먼 앤 가펑클’의 개인음반 수준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작업을 계기로 이들의 인기는 더욱 치솟게 되었다.

< 가사 해설 ② >

“내 오랜 친구 어둠아 안녕?”으로 시작되는 이 노래의 가사는 1960년대 미국의 사회적 분위기를 반영하며 혼자서 고립된 외로움을 느끼는 사람의 내면적 갈등을 대변하고 있다. 제목에 ‘모순어법’을 쓴 이유도 그런 맥락에서 쉽게 이해가 된다.

이러한 ‘모순어법’은 가사에도 그대로 나타나는데, 전체 가사 중에도 핵심적인 내용이므로 그 일부를 소개해 본다.

People talking without speaking

People hearing without listening

(사람들은 말없는 대화를 하고

경청하지 않고 들으며)

People writing songs

that voices never share

(함께할 수 없는 노래를 만들고 있어)

이 가사는 심지어 영미권의 평론가들조차도 난해하다고 느끼는 부분이다. ‘말 없는 대화를 하고 경청하지 않고 듣는다’는 것은 ‘진심이 담기지 않는 대화를 하며, 상대방의 말을 건성건성 듣는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도 있고, 더 나아가서 아예 사람들의 소통 방식 자체가 그렇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 여기서도 각 행의 끝 단어 ‘speaking’과 ‘listening’이 라임을 이루고 있다.

< 가사 해설 ③ >

가사의 후반부에는 ‘bowed and prayed(허리 굽혀 기도)’, ‘neon god(네온으로 만든 신)’, ‘warning(경고)’, ‘prophet(예언자, 선지자)’ 등 의미심장한 내용을 암시하는 중요한 단어들이 많이 나온다. 특히 ‘neon god’이라는 단어는 시사하는 바가 큰데, 이 단어는 ‘네온’으로 발음하는 것보다 ‘니언’으로 발음하는 것이 원어민 발음에 가깝다.

가사는 다음과 같이 끝난다. (의역)

인간이 만들어낸 ‘neon god’이 경고한 내용은...

“선지자의 말은 지하철 벽이나 싸구려 공동주택의 현관에 적혀 있다”

필자는 이 가사를 보면서 ‘누추하고 음습한 곳에 라커로 써 놓은 문구’들이 떠올랐다. 그것은 가난과 차별과 편견에 시달리는 하층민들의 절규가 아닐까?

‘폴 사이먼’이 캐네디 암살 사건에 영향을 받아 이 노래를 만들었다는 이야기도 있는데 그것도 맞겠지만, 사회 참여로 유명한 그가 이 노래를 통해서 소외받는 자들의 외침과 침묵을 병립시키며 민중들에게 관심을 호소하는 것이라는 해석이 유력하다.

오늘은 1981년 50만 관중이 운집한 가운데 센트럴파크에서 열린 공연을 감상하도록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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