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로봉에서] 원강수 시장의 ‘플랜B’
[비로봉에서] 원강수 시장의 ‘플랜B’
  • 심규정
  • 승인 2023.11.26 21:03
  • 댓글 12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그의 포트폴리오가 꽃을 피우기 위해서는
자신을 더 낮춰야 한다.
날로 높아지고 있는 조직 내 ‘인사 데시벨’(잡음)은
생산성을 떨어뜨리고 조직 문화를 경직시킬 수 있으므로
제대로 된 용인술(用人術)을 펼쳐 보여야 한다.
△심규정<원주신문 편집장>
△심규정<원주신문 편집장>

「워싱턴포스트」, 「뉴요커」 기자를 지내고 문학적 저널리즘의 최고봉으로 꼽히고 있는 말콤 글래드웰(Malcolm Gladwell)은 『아웃라이어』에서 ‘1만 시간의 법칙’을 소개했다. 어느 분야의 전문가가 되려면 1만 시간 동안의 의식적인 양질의 훈련을 거쳐야 한다는 것이다. 지난해 7월 3일 취임한 원강수 원주시장이 벌써 횟수로 17개월째 접어들었다. 시간으로 따지면 1만 2,000여 시간이다. 말콤 글래드웰의 1만 시간의 법칙을 훨씬 뛰어넘는 시간이다.

영혼의 물살이 넘나드는 달력도 이제 한 장 남았다. 원강수 시장이 내년 7월 3일이면 임기 후반전을 맞게 된다. 예행연습이 없는 시장직은 곧 실전이다. 그만큼 엄중한 자리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취임한 게 엊그제 같은데 벌써...”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원 시장과 가까운 인사들은 “내년부터 이제 재선 로드맵을 짜야 한다”라고 말한다. 이는 순진한 말이다. 이미 취임과 함께 시작됐다고 봐야 하지 않을까. 원 시장과 가까운 인사들의 전언을 종합해보면 원 시장이 시청을 장악했다거나 외연 확장에 만족감을 드러내고 있다고 한다. 강력한 힘의 원천인 인사권을 쥐고 있는 데다 지역에서 만큼은 일인지상 만인지하(一人之下 萬人之上)의 자리인 만큼 당연한 자신감의 발로일 수 있다. 

그러나 이 말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기는 힘들 것 같다. 자아도취에 빠졌거나 밑바닥 정서를 제대로 읽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적인 지적도 나온다. 성과로 평가받아야 할 원강수 시장으로서는 먼 훗날 자신 앞에 떡하니 버티고 있는 원창묵 전 시장이 비교 대상이 될 수 있다. 원 전 시장에 대한 극단적인 호불호의 쌍곡선을 떠나 3선 12년 동안 그가 시장직을 수행하면서 이룬 성과가 요근래 또는 근미래 제모습을 드러낼 것이다. 단계천 생태하천 복원사업이 그렇고, 조만간 개통식을 갖는 치악산 바람길숲이 그렇고, 간현관광지 조성사업의 완성도 그렇다. 

△원강수 원주시장 

이렇듯 굵직한 사업의 경우 전임 시장이 장장 12년 동안 준비해서 이제야 하나, 둘 결실을 보고 있으니 원강수 시장으로서는 임기 내 성과를 내야 한다는 강박증, 조급증이 도질 수 있다. 그는 재선, 3선 해서 원주시를 반석 위에 올려놔서 성공한 시장으로 평가받고 싶을 것이다. 그래야 향후 정치적 체급 상향도 고려해볼 수 있을 것이다. 원강수 시장의 ‘플랜B’가 거론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러나 현실은 녹록지 않다. 몇 년째 계속되는 대내외 경제 위기는 지혈하는 데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다. 

투자위축에 따라 공약이 암초에 걸릴 가능성이 커지는 대목이다. 경제제일도시를 기치로 내건 원강수 시장으로서는 ‘불운의 징조’라고 할 수 있다. 민선8기 공약실천계획서에 따르면 총 118개 공약은 일부 완료, 나머지는 정상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이를 곧이곧대로 믿기는 어려울 것 같다. 

시민들이 가장 체감하는 반도체(삼성전자)기업 유치에 대해 원주시는 3가지 문제를 꼽았는데, 첫째는 정부의 기존 반도체단지 특혜 및 미국 반도체 생태계 육성 공식화 등에 따른 가까운 시일 내 국내 반도체공장 추가 신설 불확실, 둘째는 각종 규제, 이를테면 배출시설설치 제한 및 수질오염총량제, 농업진흥구역, 보존·준보전산지, 셋째는 반도체 기반산업 미비를 꼽았다. 정확하고 뼈아픈 진단이니 제대로 된 처방을 기대해 본다. 

반도체기업 유치는 연관된 공약이 고구마 줄기처럼 줄줄이 따라붙는다. 애초 지방선거에서 반도체기업 유치 장소로 부상한 부론일반산업단지 조성, 부론국가산업단지 조성, 그리고 반도체 배후도시 건설 등 원주시 도시구조를 확 바꿀 메가 프로젝트가 수두룩하다. 이뿐만이 아니다. 그의 주요 공약 가운데 문막읍내 택지개발과 흥업대학 타운 조성사업은 원주시 지적처럼 돌발리스크 발생, 토지소유주 반대로 추진 여부가 안갯속이다. 

민감한 공약이 임기내 구체적인 성과를 내기가 힘들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따라서 10년이 더 필요할 수도 있다. 원강수 시장은 자신을 더 낮춰야 한다. 날로 높아지고 있는 조직 내 ‘인사 데시벨’(잡음)은 생산성을 떨어뜨리고 조직 문화를 경직시킬 수 있으므로 제대로 된 용인술(用人術)을 펼쳐 보여야 한다. 황소고집으로 각인된 이미지를 바꿀 리더십의 환골탈태 또한 필요하다. 무엇보다 능수능란한 정치적 쇼맨십이 몸에 체화되어야 한다. 이게 바로 ‘플랜B’의 전제조건이다. 그가 그린 큰 그림, 포트폴리오가 꽃을 피우기 위해서다.

정치공학적으로 임기 전반기 집토끼(고정표)에 대한 단도리에서, 임기 후반기 산토끼(부동표)몰이에 나서야 할 절체절명의 시간이기 때문이다. 물론 일부 집토끼들의 불만은 여전하지만. 위대한 극작가인 셰익스피어는 이런 말을 남겼다. “사람의 일생은 한순간의 여유마저 없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영원히 살 것처럼 한순간 한순간을 소홀히 여긴다” 원강수 시장에게 임기 후반전은 어쩌면 그의 인생에서 다시 올 수도 없는 보물같이 귀중한 시간일 수 있다. 침식, 순삭되는 시간은 다시 붙잡을 수 없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12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엉터리 2023-12-07 02:01:20
뭘 제대로 해놓은 게 있어야 12년 후에도 실적이 드러나지~죄다 헛발질인데~~~

원주시민 2023-12-05 11:48:47
전임시장의 사업이 12년이 지난 지금 결실을 보고 있다는 논리라면, 현 시장님의 사업도 앞으로 10년 후에 큰 결실이 나타날 것입니다. 눈앞의 이익만 쫓지 않고 미래를 계획하는 원강수 시장님을 지지합니다.

엠오유 2023-12-04 11:00:35
MOU 씨장 MOU 또지사. 2년동안 줄줄이 행사 쫓아다니고 폼 잡고 MOU체결한 것밖에 없다고 하던뎅. 미티~~

도례미 2023-12-02 18:40:16
하는 레벨이 군부출신 같넹~~고등하교 졸업해도 더 잘하겠넹

꾹힘노 2023-11-30 19:10:54
노래방 시장 MOU 또지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