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 있는 아침] 이광 作 / 싸리
[시가 있는 아침] 이광 作 / 싸리
  • 원주신문
  • 승인 2023.11.26 2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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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리

이광

흑싸리 껍데기는 쉬 버릴 패 아니다.

이 땅에 지천으로 뿌리내린 뜻을 깨쳐

싸리비 날이 밝으면 앞마당을 쓸었다

 

쏘시개 땔감 겸해 밥 짓고 겨울나고

발채나 삼태기로 잔일거리 도맡았다

꽃 피면 척 알아보고 모여드는 일벌들

 

싸리문 사라졌다 한물간 취급 말라

큰 나무 앞세우며 잡목으로 괄시 말라

흔한 게 소중한 건 줄 아는 이는 아느니

이광 시조집 《당신, 원본인가요》, 시와소금 에서

싸리나무는 산에 나무가 없어 민둥산이었을 때 산사태 등을 위해 심었던 나무다. 나무를 해서 불을 때고, 마당을 쓰는 빗자루를 만들고, 삼태기도 만들고, 싸리문, 그리고 울타리 등을 만들 때 쓰던 나무였다. 요즘은 많은 재료들이 있어 그 활용 가치가 없다 보니 싸리문이 어떤 것인지, 싸리비가 무엇인지, 삼태기가 뭔지 모르는 세상이 되어가고 있다. 이광 시인은 그런 옛 추억의 모습을 생각하며 ⌜싸리⌟ 에 관한 추억을 이야기하고 있다. 그 시작은 흑싸리 패도 쉬 버릴 패는 아니라고 화투를 치며 노는 모습에서 떠올렸다. 그리고 싸리나무가 어디에 쓰였는지 그 활용의 가치를 이야기하고 있다. 우리 시조가 운율을 맞추다 보니 3.4.3.4라는 말이 형식에 너무 구속이 되어 있다. 〈쏘시개 땔감 겸해 밥 짓고 겨울나무〉같은 부분이다. “불쏘시개 땔감을 겸해 밥을 짓고 겨울을 나고”라고 해야 문장이 부드러워질 것이다. 또, 〈싸리문 사라졌다 한물간 취급 말라〉같은 부분도 “싸리문이 사라졌다고 쓸모없다고 취급하지 마라”로 쓰면 부드럽게 인식될 것이다. 시조에서 조사나 부사 같은 말이 빠지니 시조를 읽는 입장에서는 무척 단절되어 있다는 느낌이다. 시조가 쉽게 읽는 이의 마음에 전달되려면 이런 조사나 부사 같은 말의 활용이 적절해야 할 것이다. 이런 단절의 흐름을 자연스럽게 이끌어내는 것이 시조의 가치를 한껏 더 끌어올리 것이라 나는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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