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칼럼] 목포와 원주의 차이
[김대중 칼럼] 목포와 원주의 차이
  • 김대중
  • 승인 2023.12.10 20:31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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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는 원주시가 나서서 작품을 기증받고
국립나전칠기박물관을 추진하면 좋겠다고
여기저기에 이야기했지만 공허한 메아리가 되고 말았습니다.
△김대중 [원주옻칠기공예관장]
△김대중 [원주옻칠기공예관장]

지난달 26일 목포자연사박물관을 다녀왔습니다. 여기서 10월 11일~12월 10일까지 열리는 ‘손혜원목포시기증품특별전 현대한국나전 36인전(展)’을 관람했습니다. 손혜원이란 개인이 18년간 사 모은 한국 근현대 나전칠기를 만난 소중한 시간이었습니다. 한국 나전칠기의 역사를 한 곳에서 볼 수 있는 기회는 그동안 없었기에 더욱 의미가 컸습니다. 무엇보다 조선의 마지막 옻칠쟁이 전성규 선생의 작품을 처음으로 본 것은 정말 행운이었습니다.

나전칠기 작품에 자신의 이름을 새긴 첫 작가로 김봉룡, 송주안, 심부길, 민종태 선생의 스승입니다. 우리나라 나전칠기가 전성규 선생으로부터 배출된 옻칠쟁이들이 중심축이 되어 이어졌다고 볼 수 있습니다. 전성규 선생은 1925년 프랑스 파리 세계장식미술 및 근대공업박람회에 제자인 김봉룡 선생과 함께 작품을 출품해 동상과 은상을 각각 수상했습니다. 이에 앞서 1920년에는 일본 다카오카 조선나전사 초빙으로 김봉룡 선생과 함께 한국의 나전기술을 가르쳐주기도 했습니다.

끈음질의 대가로 꼽히는 심부길 선생의 작품을 본 것도 정말 기쁨 그 자체였습니다. 불우하게 사신 심부길 선생의 작품은 사실 만나기가 어려운데 끈음질로 문양된 주칠함 한 점을 볼 수 있었습니다. 건칠의 대가 강창원 선생의 작품도 만났으니 최고의 관람이었습니다. 한국의 나전칠기 역사를 한눈에 보게 된 이 행사는 순전히 손혜원이란 한 개인의 미칠듯한 나전칠기 사랑과 노력 덕분이었습니다.

그가 모은 나전칠기 작품은 모두 3백여 점이며 이 가운데 134점이 이번 전시에 나왔습니다. 그리고 이 작품을 모두 목포시에 기증했습니다. 목포시에선 이 작품을 위해 목포시 한국나전칠기박물관 건립을 추진 중이라고 합니다. 목포시는 옻칠이나 나전과는 전혀 관련이 없습니다. 옻칠의 생산지도 아니고 전복 소라 같은 자개 생산지도 아닙니다. 그런 목포시에 귀하디귀한 나전칠기 작품을 기증했으며 목포시는 이들 작품으로 대한민국 최초이며 유일한 국립나전칠기박물관 건립을 추진하고 있는 것입니다.

손혜원이란 사람이 목포시에 기증하게 된 그간의 사연을 아는 사람들은 알겠지만 중요하지 않습니다. 정치적 성향도 필자와는 무관합니다. 중요한 것은 옻칠과 자개와 어떤 인연도 없는 땅 목포에 국립나전칠기박물관이 건립된다는 사실입니다. 모든 것은 결국 사람입니다. 디자이너이며 브랜드네이밍 스타인 그의 능력과 목포시 공무원들의 능력이 만든 걸작입니다.

대영 박물관이나 루브르 박물관은 한 해 3백만 명 이상을 끌어모으고 있습니다. 박물관은 관광객을 유인하는데 아주 최고로 평가받습니다. 도시에 의미 있는 박물관의 역할은 그만큼 중요합니다. 목포에 나전칠기 작품들이 기증되고 국립나전칠기박물관 건립이 추진될 것이란 이야기는 이미 몇 년 전부터 돌았습니다. 그때 필자는 원주시가 나서서 작품을 기증받고 국립나전칠기박물관을 추진하면 좋겠다고 여기저기에 이야기했지만 공허한 메아리가 되고 말았습니다.

원주시는 ‘옻칠의 도시’라고 하지만 사실 옻칠의 명성에 비하면 번듯하게 내놓을 것이 하나도 없습니다. 원주옻의 역사를 제대로 알고 있다면 부끄럽고 창피스러운 일입니다. 사사로움과 기득권에나 연연하는 장인들과 일부 공무원들의 일탈행위 때문입니다. 원주옻명품화사업을 비롯해 원주칠공예주식회사를 돌아보면 알게 될 것입니다. 국내는 물론 멀리 일본까지 인식된 최고의 옻칠도시 원주란 평가가 부끄럽습니다. 원주칠공예주식회가 폐업한 1980년 이후 40여 년간 원주와 원주옻칠을 위해 무엇을 했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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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주인 2023-12-19 10:14:30
문화 자체를 모르는 체육인도 아닌 것이 체육만 강조하니 뭐이 제대로 돌아가는 게 있을 리가 있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