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 있는 아침] 서주홍作 / 소중한 것은 떠난 뒤에 남는다.
[시가 있는 아침] 서주홍作 / 소중한 것은 떠난 뒤에 남는다.
  • 원주신문
  • 승인 2023.12.10 2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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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중한 것은 떠난 뒤에 남는다

서주홍

소중한 것은

떠난 뒤에 남는 것

 

떠나고 남은

자리의 크기를

 

내 삶의 한 곳간에

정성 들여 쌓아두고

 

아무에게도

보이고 싶지 않은

 

은밀한 사랑으로

너를 지키며

 

지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키로

너를 키워서

 

내 바라던

따뜻한 봄볕 내릴 때

 

닫힌 내 삶의 한 곳간을

활짝 열어젖히면

 

내 일상(日常)은

하얀 깃털 되어

 

파아란 하늘 향해

나래짓을 하리니

박은서 엮음 『마음의 시 한 편』,《주변인의 길》에서

[사진=이미지투데이 제공]

감성적이라는 말은 근본적으로 사람이 사람의 내면에 존재하는 아름다움을 갈망하는 무의식이 흐르기 때문에 느끼는 것이다. 마치 원하지 않아도 잠을 자며 꿈을 꾸듯이 사람의 마음속에도 아름다움에 대한 끊임없는 감성이 자라고 있다고 보면 될 것이다. 시는 이러한 끊임없는 감성을 자극하여 고백하는 반복된 아름다움에 대한 학습이 아닌가한다. ‘소중한 것은 떠난 뒤에 남는다’라는 시는 사람의 마음에 소중하게 남아 있는 감성적 기억을 통해 존재성을 일깨워 주고 있다. 우리들 일상에도 무수한 일들이 소중한 자리로 추억된다. 마치 호박이 자라며 그 엉덩이를 누르고 있던 자리며, 큰 나무 밑에는 작은 나무들이 자랄 수 없는 것, 범람한 강물에 휩쓸렸던 자국들, 무수한 존재들이 빗방울에 의지해 살아가는 것처럼 마음도 그런 과정 속에서 자란다. ‘소중한 것은 떠난 뒤에 남는다’는 바로 사람의 내면에 잠재된 아름다운 추억이 얼마나 소중한가를 다시 바라보게 하는 시다. 봄이 왔다는 것을 알리지는 않지만 자연은 봄이 왔다는 것을 스스로 깨닫고 싹을 틔운다. 평소에는 많은 것들이 소중하다고 생각되지 않는다. 물이 소중하다는 것도 가뭄이 들여야 더 절실하게 느끼고, 뜨거운 불도 추운 겨울이 와야 더 절실히 느낀다. 소중한 것은 떠난 뒤에 느낀다는 말은 일상의 행복도 자연의 이치처럼 따뜻할 때는 덥다고 하고, 추울 때는 춥다고 느끼는 본심을 바라보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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