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로봉에서] 원강수 시장과 촌지
[비로봉에서] 원강수 시장과 촌지
  • 심규정
  • 승인 2023.12.17 20:39
  • 댓글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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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이상 ‘언어도단의 바다’에 빠져서는 안된다.
시장의 말 한마디 한마디는
바로 본인의 인격을 넘어 시격(市格)이기 때문이다.
△심규정<원주신문 편집장><!--[if !supportEmptyParas]--> <br>
△심규정<원주신문 편집장> 

지난달 23일 빌라드아모르에서 열린 범죄예방 한마음대회에서는 들어본 지 꽤 오래된 단어가 귀에 대못처럼 꽂혔다. 바로 천하무적, 괴력으로 알려진 촌지. 이 단어는 원강수 원주시장이 축사를 하는 과정에서 나왔다. 그는 이날 행사의 의미를 의식해서인지 범죄를 언급했다.

발언의 요지는 이렇다. ‘절대 방심하지 말자’를 강조한 그는 “저는 범죄를 저지르지 않기 위해 노력해 왔습니다. 제가 기자출신인거 아시죠. 촌지받지 않았습니다.(중략) 그런데 지난 지방선거에서 좋지 않은 일(재산축소 신고에 따른 벌금형)을 겪었습니다” 행사장은 살짝 메마른 웃음소리가 흘렀다. 

순간 필자의 가슴에 작은 소용돌이가 일었다.  “아니 촌지라니. 그럼 여기 있는 언론인들은 다른 사람에게 어떻게 비춰질까?“라고 속으로 되뇌였다. 가슴 한켠이 쓰려왔다. 당시 필자의 옆에는 신문사와 방송사 소속 고참 언론인이 자리하고 있었다.

뿐만 아니라 지청장, 지원장, 그리고 검사, 범죄예방위원 등 200여 명이 시장의 축사에 눈과 귀를 집중하고 있었다. 원강수 시장의 이날 촌지 발언은 아주 부적절했다. 다소 생뚱맞다는 생각도 들었다. 종합유선방송사인 YBN영서방송(현 LG헬로비전 영서방송)에서 기자, 뉴스앵커, 보도팀장을 역임한 원강수 시장이 기자로 활동하던 시기는 지금으로부터 20여년 전으로 기억된다. 

원강수 시장이 취재 현장을 누빌 때, 그의 모습이 전파를 타고 방송에 나올 때, 같은 방송 기자로서 쭉 지켜 봤다. 그에게 묻는다. 당시 저널리스트 세계에서는 촌지가 관행화됐다는 건지. 원강수 시장으로서는 아마도 자신의 범죄(돈)에 대한 결벽증을 설명하면서 과거 촌지관행을 그저 언급했을 수도 있다. 

△ 2023 범죄예방 한마음대회에서 축사를 하고 있는 원강수 시장 [사진=원주시청 홈페이지]
△ 2023 범죄예방 한마음대회에서 축사를 하고 있는 원강수 시장 [사진=원주시청 홈페이지]

아무튼 원 시장의 이 발언은 지금까지 이명(耳鳴)처럼 귀에 어른거리고 있다. 정치인의 언어는 주로 완곡어법이나 논점 회피, 그리고 아리송한 표현법으로 이루어진다고 한다. 그만큼 입밖으로 나오기 전에 숙고에 숙고를 거듭해야 한다는 얘기다.

대화를 할 때 적절한 유인구는 양념이 될수 있지만, 자칫 잘못 사용하다가는 MSG(화학조미료)가 될 수 있다. 코멘트는 타이밍, 적시적소(適時適所)가 중요하다. 특히 청자(聽者)가 누구인지에 따라 적절한 코멘트를 던져야 효과적인 의사표현이 될 수 있다. 

사려 깊지 않고 함부로 내뱉는 말은 자신의 한계를 드러내는 것은 물론 외부의 수군거림을 불러 올 뿐이다. 원강수 시장은 더 이상 ‘언어도단의 바다’에 빠져서는 안된다. 시장의 말 한마디 한마디는 바로 본인의 인격을 넘어 시격(市格)이기 때문이다. 더 나아가 내가 속한 공동체의 언어적 사고로 필터링된 결과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원강수 시장에게 책 《언어를 디자인하라》(유영만, 박용후 지음)는 소통의 교과서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내용 중 고갱이만 소개한다. ”당신 언어의 레벨이 당신 인생의 레벨이다. 언격이 인격을 결정한다. 성취를 이룬 사람은 언어를 탁월하게 디자인한 사람이다. 지혜가 어떤 언어의 옷을 입고 세상에 나오느냐가 성공을 좌우한다. 한 사람의 언어는 삶 속에서 숙성된 사고를 반영한다”

이 책에는 또 ‘내 언어의 한계는 내 세계의 한계를 의미한다(독일의 철학자 비트겐슈타인)’, ‘진부한 은유는 진부한 생각을 낳는다(미국의 저널리스트 율라 비스)’라는 금언도 소개하고 있다. 

《언어를 디자인하라》는 언어의 연금술에 더 없이 좋은 책이다. 깊이 읽으면 사유의 샘물이 깊어진다. 한 해의 끝자락에서 쓴소리를 마다하지 않는 것은 새해에 더 좋은 모습으로 시민 곁으로 다가오길 바라는 진심어린 마음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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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선8기 2023-12-26 17:06:05
쫑났소. 한번 더하면 안되겠소?

헐대박 2023-12-24 08:22:59
깜이 아니고 무능 증명

반곡관설 2023-12-22 13:54:00
아카데미극장 허물 때 이미 쫑났음

원주민 2023-12-18 19:21:01
깜이 아니올시다~~

반곡동 2023-12-18 13:37:34
먹었다는 거야 안먹었다는 거야 안먹을리가 없다는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