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왕국의 팝송 이야기] (8) 철새는 날아가고 (El Condor Pasa) ②
[최왕국의 팝송 이야기] (8) 철새는 날아가고 (El Condor Pasa) ②
  • 최왕국
  • 승인 2024.01.21 2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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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왕국 [KBS오케스트라 편곡자]
△최왕국 [KBS오케스트라 편곡자]

1533년 스페인의 파사로는 잉카제국의 수도 쿠스코(Cuzco; 세상의 중심)를 점령한다. 그들은 한 때 100만 명이 거주했던 대도시 쿠스코의 집들을 헐고 그 위에 자신들의 건축물을 세웠으며, 잉카제국의 신전 벽에 있던 황금조각들을 약탈해 가는 등 잉카 문명을 뿌리채 파괴해 버렸다. 불행 중 다행으로 잉카의 토속음악과 전통춤은 아직 살아 있다.

그러던 중 콘도르칸퀴가 나타나 스페인으로부터 독립을 쟁취하려는 농민 무장봉기를 주도했는데 결국 체포되어 잔인한 방법으로 처형당하게 된다.

< 신성한 새 ‘콘도르’ >

콘도르는 안데스 산맥에 서식하는 새 이름으로 ‘무엇에도 얽매이지 않는 자유’라는 뜻이다. 고산지대의 깊은 계곡 암벽에 둥지를 틀고 살며 좌우 날개의 길이를 합하면 3m에 달한다. 체중도 10kg까지 나가는 거대한 맹금류로서 잉카제국 시절부터 신성시 되었다.

찬란했던 5천년 잉카문명의 후손들은 스페인의 침략으로 인하여 착취와 억압 속에 힘겨운 삶을 살아야 했다. 그런 그들에게 드높은 창공을 마음껏 날아다니는 콘도르는 자유와 해방을 상징하는 희망이자 숭배의 대상인 신성한 존재다.

페루인들은 영웅이 죽으면 콘도르로 부활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콘도르칸퀴(투팍 아마루 2세)도 콘도르로 부활하여 자신들을 지켜준다고 믿고 있다.

< 뮤지컬 ‘엘 콘도르 파사’ >

뮤지컬 ‘엘 콘도르 파사’는 광산 노동자들의 투쟁을 다루고 있는데, 이는 페루의 독립운동가 콘도르칸퀴의 스토리에서 영감을 받아 만든 것이다. 농민이 광산 노동자로 바뀌었을 뿐 근본적인 정신은 같다.

스페인 정복자들은 광산을 개발하여 페루 원주민들의 노동력을 착취하고 약탈했으며 마을을 쑥대밭으로 만들어 놓았다.

뮤지컬 ‘엘 콘도르 파사’에서 주인공 프랭크는 광산업자들의 착취를 부당하다고 생각하지만 동료 광부들 중에는 오히려 광산업자들에게 감사해야 한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다. 마치 우리나라에도 “일제시대가 축복이었다”고 주장하는 정신 나간 사람이 있듯이.

여기서 대반전. 광산의 공동 소유주 2명 중 하나인 Mr. King이 프랭크의 친부였던 것.

그 때문에 프랭크의 어머니 마리아는 둘 사이를 중재하려 했고, 그 사실을 알게 된 마리아의 남편은 복수심에 불타 Mr. King을 죽이게 된다. 이에 총을 들고 살인자를 찾아온 또 다른 공동 소유주 Mr. Cup을 프랭크가 죽이는 상황이 발생한다.

일촉측박의 긴박한 상황에서 한동안 나타나지 않던 자유와 희망의 상징 콘도르가 나타나고 광부들은 희망에 찬 함성을 지른다.

< 다양한 커버곡들 >

이 노래는 사이먼 & 가펑클의 번안곡 외에도 수많은 가수와 보컬 밴드가 커버했는데, 플라시도 도밍고와 같은 성악가들이 부른 버전도 있고, 페루의 토속적인 창법으로 노래한 버전들도 많다.

또한 이 노래는 악기로도 많이 연주되는데 바이올린, 기타, 색소폰 등 여러 버전이 있지만, 아무래도 페루를 대표하는 노래이니 만큼 페루의 전통 악기인 삼포냐(팬파이프의 일종), 케나(우리나라의 단소나 퉁소처럼 생긴 목관악기) 등으로 연주한 것이 더욱 감동적이다.

< 가사 해설 ② >

독립운동가 콘도르칸퀴의 이야기가 반영된 가사는 잉카의 고유 언어인 케츄아(Quechua)로 되어 있으며 수많은 가사들 중에서도 ‘콘도르’에 대한 경외감과 페루의 아픈 역사를 잘 대변한 노래다.

“오 전능하신 하늘의 주인 콘도르여,

나를 안데스 산맥의 고향으로 데려다 주세요

잉카의 형제들이 있는 고향으로 돌아가서

사랑하는 형제들과 마추픽추, 와이나픽추를 거닐고 싶어요“

스페인 침략자들을 피해서 정든 터전 마추픽추를 떠나 더 깊숙한 곳으로 갔던 잉카 원주민들의 한이 서린 노래다. 스페인의 야만적인 정복자 피사로의 동상이 2001년까지 페루의 수도 리마 한복판에 서 있었다는 사실이 놀라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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