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표(票)퓰리즘의 재현
[기고] 표(票)퓰리즘의 재현
  • 류인출
  • 승인 2024.01.21 2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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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 혈세로 채워지는 나라의 곳간은
정치권의 선심성 정책과 공약을
무한정 감당할 여력이 있는 화수분이 아니다.
△류인출 [강원특별자치도의원]
△류인출 [강원특별자치도의원]

윤석열 정부와 국민의힘은 지난 5일 건강보험 지역가입자 재산·자동차 보험료 개선방안’을 발표했다. 재산 보험료 기본공제를 현재 5천만 원에서 1억 원으로 확대하는 것뿐만 아니라, 자동차에 부과하는 보험료는 폐지된다. 이르면 2월부터 지역가입자 333만 세대의 건강보험료가 월평균 2만 5천 원 정도 인하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지역가입자의 소득을 파악하기에 어려움이 있어서 1989년 도입된 자동차에 대한 보험료는 우리나라에만 있는 유일한 제도라서 개선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있었다.

한편, 보건복지부 발표에 의하면 재산과 자동차 부과 보험료 폐지로 인해 건강보험료 재정 수입은 연간 9,831억 원가량 감소할 전망이라고 한다. 윤석열 정부는 건강보험료 재정 수입 감소로 인해 재정이 악화할 것이라는 우려에 대해 ‘건강보험 지출 효율화’ 등의 조치를 통해 재원 조달이 가능하다고 언급했다. 그러나, 건강보험 재정 악화 우려에 대해 ‘건강보험 지출 효율화’ 등의 조치로 재원 조달하겠다는 정부의 발표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대략 1조 원에 달하는 예산의 조달이 그리 쉽게 가능한 문제였으면, 이전 정부는 왜 못했을까? ‘건강보험 지출 효율화’라는 막연한 용어도 선뜻 다가오지 않지만, 막대한 예산을 어떻게 조달할 것인지에 대해 자세한 설명을 요구하는 것은 필자만이 아닐 것으로 생각한다. 한편, 윤석열 대통령은 2023년 10월 31일 국회 시정연설에서 “정부의 재정 운용 기조는 건전재정으로서 미래 세대에 감당하기 어려운 빚을 넘겨주지 않기 위한 것이다”라는 발언을 한 것처럼, 시종일관 지난 정부와 차별화를 시도하면서‘건전재정’을 강조해 왔다.

단도직입적으로 표현해서 입만 열면 전임 정부와 야당의 정책을 ‘포퓰리즘(populism)’으로 비판하면서 재정 건전성을 우선시해 왔다. 이러한 관점에서 이번 건강보험 지역가입자의 보험료 인하 발표를 어떻게 평가해야 할까? 단순하게 전체 지역가입자의 1/3이 넘는 세대가 혜택을 받을 수 있으므로, 우호적으로만 판단해야 하는 것인지에 대해서 필자의 입장은 회의적이다. 저출산과 고령화에 따른 인구구조의 급변화로 인해 건강에 취약한 노인인구 수가 증가하면서 중장기적으로 건강보험 재정의 앞날이 밝지만은 않은 것이 우리 사회가 당면한 안타까운 현실이다.

이러한 건강보험 재정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크게 두 가지의 방법이 존재한다. 국고지원과 가입자의 보험료 인상이다. 필자는 당정이 가입자의 보험료를 인하하는 정책을 발표하고, 연이어서 가입자의 보험료를 인상하는 조삼모사의 정책을 상상하고 싶지는 않다. 또한 연일 재정 건전성을 강조하는 정부가 건보재정을 개선하기 위해 국고를 지원하는 정책도 쉽게 상상하기 어렵다.

윤석열 대통령이 언급한 것처럼, 재원을 신중하게 고려하지 않은 정책은 국가 재정 건전성을 해쳐 미래 세대의 부담을 키운다. 오는 4월 10일 총선을 앞두고 여느 때처럼 공약 남발이 우려되고 있다. 다가오는 선거에서 유권자의 표를 얻는 데 도움이 될지 모르지만, 결국 나라의 빚을 늘리는 것으로 귀결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당정은 부정할지 모르겠지만, 필자는 선거를 앞두고 지역가입자의 보험료 인하를 발표한 의도에 대해 의문을 지울 수 없다.

이러한 비판에서 필자가 속한 더불어민주당도 자유롭지 않다고 생각한다. 현 정부의 거의 모든 정책에 대해 대립각을 세워 온 야당이 1조 원 정도의 예산이 수반되는 정책에 대해 왜 일언반구 언급이 없는지를 우리 스스로 반성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국민의 혈세로 채워지는 나라의 곳간은 정치권의 선심성 정책과 공약을 무한정 감당할 여력이 있는 화수분이 아니다. 윤석열 정부와 국민의힘이 국가의 운명을 가를 중요한 선거를 얼마 안 남기고, 선심성 정책을 발표하는 최근의 행태는 국민의 혈세로 표를 사는 ‘표(票)퓰리즘’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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