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로봉에서] 꺼지지 않는 ‘일회용 반창고’ 불씨
[비로봉에서] 꺼지지 않는 ‘일회용 반창고’ 불씨
  • 심규정
  • 승인 2024.01.28 20:11
  • 댓글 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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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괴적인 인사 혁신이
과연 조직의 생산성을 높이고 있을까?
그렇지 않다고 본다.
이런 혁신은 사상누각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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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규정<원주신문 편집장> 

일회용 반창고의 효시는 지금으로부터 100여 년 전인 1921년 미국의 존슨앤존슨이다. 이 회사의 평범한 직원 얼 딕슨(Earle Dickson)이 발명했다. 발명 배경은 그야말로 순애보급이다. 서툰 음식솜씨 때문에 부인이 음식을 할 때 부엌칼 등에 베여서 자주 상처가 나자, 조마조마하던 얼 닉슨이 상처 부위에 거즈와 테이프를 붙여 치료를 해주다 결국 지금과 같은 일회용 반창고가 탄생했다. 

판매될 당시 브랜드는 ‘밴드 에이드(Band Aid)’. 시중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면서 매출 효자상품으로 자리매김하자, 얼 닉슨은 부사장 승진과 함께 밴드 에이드는 1999년 AP통신이 선정한 20세기 10대 히트상품 중 6위, 사후인 2017년 발명가 명예의 전당에 이름을 올리게 된다.

국내 일회용 반창고의 대명사는 대일화학공업의 대일밴드다. 상처 부위 보호 효과가 뛰어나 각광을 받으면서 현재 다양한 일회용 밴드가 시중에 유통되고 있다. 원강수 시장 취임 이후 지역에서 그를 빗대 일회용 반창고란 표현이 자주 등장하는 것은 아이러니다. 

요즘도 원 시장과 관련된 기사가 게재되면 ‘대일밴드’, ‘일회용’이란 댓글이 심심찮게 달린다. 공직사회, 정치권 인사, 지역의 내로라하는 인사들의 입에서도 일회용 시장이란 표현이 등장하니 그 심각성을 미뤄 짐작하고도 남는다. 원강수 시장이나 측근들로서는 실소를 금할 수 없는 노릇일 것이다. “지금 잘하고 있지 않냐”. “불철주야 열심히 뛰어다니고 있다”. “당연히 재선, 3선도 기대하고 있다”라는 말까지 들린다. 

지난 26일 호저면을 초도순시한 원강수 시장. [사진=원주시청 제공]
△ 지난 26일 호저면을 초도순시한 원강수 시장. [사진=원주시청 제공]

결국 원강수 시장에 대한 시중의 체감여론과 원강수 시장 측의 상황인식에는 상당한 괴리가 있어 보인다. 같은 당 인사들의 입에서조차 그런 발언이 거리낌 없이 나오니, 정말 괴이한 일이다. 사실 시간이 지나면 사라지겠지 했지만, 지금도 잊힐만하면 툭툭 튀어나오니 그 배경이 궁금해졌다. 

다양한 이유가 있지만, 공직 내부를 줌인해보면 인사 잡음은 예삿일이 아니다. 기존의 인사패턴이 여지 없이 흔들리고 있다. 행정국장에 환경직을, 주택과장에 토목직을, 도로관리과장에 공업직을 임명한 게 대표적이다. 각각 행정직, 건축직, 토목직이 맡아오던 게 불문율 아닌 불문율처럼 여겨져 왔다. 아직 임기의 반환점이 지나지도 않았는데, 몇몇 사무관은 벌써 4개 부서를 오갔다. 이런 5~6개월짜리 사무관은 계속 나올것 같다. 조직 개편 등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인사주기는 대체로 2년인데, 그 주기가 더욱 짧아지고 있는 분위기다.  

물론 복수 직렬이 확대됐으므로, 인사권자의 정무적 판단에 따른 조치이지만, 직렬에 따라 입직(入職)한 직원들로서는 다소 파괴적인 인사 혁신에 당황해하는 눈치다. 잦은 순환 전보는 조직의 전문성, 책임성, 효율성 측면에서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노조의 반발을 산 다면평가제는 절차적 정당성에 문제가 있다는 강원특별자치도 감사결과가 나왔다. 이런 분위기라면 앞으로 인사를 통한 충격요법은 계속될 것 같다.  

짐작컨데 원강수 시장은 혁신의 아이콘이 되고 싶은 모양이다. 혁신은 조직의 영혼이다. 혁신은 늘 성장통을 겪게 마련이다. 그러나 혁신에는 전제 조건이 있다. 승리의 아이콘인 경쟁력이 뒤따라야 한다는 점, 조직의 효율이라는 열매를 맺어야 한다는 점이다. 파괴적인 인사 혁신이 과연 조직의 생산성을 높이고 있을까? 그렇지 않다고 본다. 공직시스템이 톱니바퀴가 제대로 맞물리지 않고 터덕대는 분위기랄까. 이런 혁신은 사상누각이 될 수 있다.

혁신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사람이다. 구글의 대표이사 회장을 지낸 에릭 슈밋(Eric Schmidt)은 “세상에 혁신을 가져오는 디지털 기술도 결국 사람에게서 나오는 것이므로 사람에 대한 진정한 앎이 우리 삶에 밑바탕이 되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지금까지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시장, 인사 기록제조기 시장은 곤란하다.

남이 뭐라든 내 갈 길 간다는 오불관언(吾不關焉) 식 리더십은 안 된다. 인간 존중, 배려를 바탕으로 구성원들의 잠재력이 발휘될 수 있도록 앞에서 이끌어주는 이른바 서번트 리더십(servant leadership, 섬김의 리더십)이 필요하지 않을까. 이게 바로 혁신의 바탕돌 구실을 한다. 일회용 시장이란 비아냥을 잠재우고 다회용 시장으로 가는 지름길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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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신 2024-02-18 17:47:13
재선 삼선? 원주가 군부독재시절로 돌아가겠네

원주민 2024-02-16 18:33:56
좌빨만 있지않고 우빨도 있는 알았잖소 mbc뉴스, 김정은보다 더하데~우빨~~

반창고 2024-02-12 23:31:54
나는 환경오염 자원고갈 시키는 일회용은 안써요 반영구적이거나 영구적인 게 좋습네다

김작가 2024-02-01 09:35:22
이곳은 토론과 의견을 제시할 수 있는 언론지상입니다. 다양한 토론은 좋은데, 언어표현은 너무 거칠지 않았으면 합니다. 저는 이런 현상을 보며 "원주시정 전반에 대한 시민참여형 총괄진단"을 하고, 원주시 발전의 방향과 방안을 재정립했으면 합니다. 어차피 2년이란 시간이 지나가고 있어, 대폭 정리가 필요하며 새롭게 시정을 전환시킬 시기이기도 합니다^^

자업자득 2024-01-31 22:12:30
지눈깔지가찌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