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단상] 장애인태권도실업팀 창단...예산 다이어트 기조 역행
[의정단상] 장애인태권도실업팀 창단...예산 다이어트 기조 역행
  • 손준기
  • 승인 2024.02.04 23:57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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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후 예산은 연기처럼 사라지지만,
장애인실업팀 창단에 따른 성패는
두고두고 논란거리가 될 것이다.
△손준기 [원주시의회 강원특별자치도 특별위원장]
△손준기 [원주시의원]

원주시가 장애인태권도실업팀 창단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최근 열린 원주시의회 246회 임시회 문화도시위원회에서 의원들은 예측 가능한 인사에 대한 안전장치를 집행부에 요구했지만, 결국 반영되지 않았다. 5일 본회의에서 연간 5억 8,000만 원이 투입되는 장애인태권도 실업팀 설립안이 가결될 전망이다. 지난해 9월 장밋빛 전망이 담긴 창단계획이 세워진 지 4개월여 만이다.

대한장애인태권도협회가 창립된 후 13년 동안 국내 태권도계는 명암이 혼재했다. 열악한 환경 속에서 장애인태권도 발전을 위한 정책과 사업이 추진되어 성과를 거두기도 했지만, 그 이면에는 협회 내의 갈등과 반목, 진정과 투서, 고소와 고발, 추문과 비리가 횡행했다. 태권도가 첫 정식 종목으로 채택된 2020년 도쿄 패럴림픽에서 장애인태권도 대표팀의 주정훈 선수가 남자 75kg급 동메달을 차지하는 쾌거를 이뤘다. 이에 발맞춰 원주시는 민선 8기 공약인 장애인태권도 실업팀 창단에 열을 올리고 있다. 

지역에서 장애인태권도 실업팀 설립이 나오게 된 것은 지난 2022년 지방선거로 거슬러 올라간다. 여야의 시장 후보 캠프와 춘천시에 장애인태권도 창단제안서와 장애인태권도 창단계획이 전해졌다. 일부 캠프는 면밀한 검토 끝에 타당성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공약을 수용하지 않았다. 결과적으로 당시 원강수 시장이 이 같은 공약을 덥석 수용한 것이다. 당시 관련자들과 함께 기자회견을 통해 공식화했고, 지금 창단을 코앞에 두고 있다. 

물론 지역발전을 위한 다양한 제안은 필요하고 정치와 행정이 힘을 합쳐 살 맛나는 미래를 제시하는 것은 환영할 법하다. 다만, 혈세가 투입되는 만큼 객관적인 평가와 시민사회의 공감대 형성이 선행돼야 한다. 그러나 지역의 수많은 태권도 스포츠클럽의 인프라를 뒤로하고 장애인태권도 실업팀을 창단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아도 한참 맞지 않는다고 원주시태권도협회(이하 원태협)와 강원도 장애인태권도협회는 지적하고 있다.

[사진=이미지투데이 제공]

그동안 원주 출신인 원종훈, 김태훈, 박우혁으로 이어지는 금메달리스트를 배출했다. 여기에 등록도장 73개, 5,000여 명의 수련 인원, 다수의 학교체육 육성 종목 태권도부와 경희클럽, 육민관클럽, 치악클럽 등 11개가 있으니 말이다. “원주시태권도실업팀 창단과 더불어 근본적인 태권도 전용 훈련장의 필요성을 수년간 강조해 왔다” 라고 협회는 주장했다.

장애인체육 진흥에 대안은 얼마든지 있다. 흔히들 보치아는 ‘장애인 스포츠의 꽃’이라 불린다. 원주시 장애인 보치아연맹 소속 권다희 선수가 최근 국가대표로 선발되어 2024 패럴림픽을 앞두고 금빛 담금질에 나섰다. 지난 2019년 설립된 원주시 장애인배드민턴협회는 100여 명의 회원을 주축으로 행정적인 지원을 기대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태권도 종주도시를 자부하는 춘천시의 사례는 우리에게 많은 시사점을 던진다. 4년 동안 장애인태권도실업팀 창단 목소리가 이어졌지만, 담당 부서에서는 논의조차 없었다. 이유인즉슨 특별상비군 명목으로 연간 3,000만 원을 지원하고 있고, 타 종목과의 형평성 문제 때문이다. 원주시도 관내 장애인태권도 선수의 부재로 타 시·군에서 선수를 영입해야 하는 점, 장애인태권도 전용 훈련장 확보가 필수사항인 점, 그리고 관내 학교 장애인태권도 운동부 육성 방안을 검토했으나 육성 희망학교가 전무한 것으로 파악했다. 

장애인태권도는 장애 유형에 따라 발달, 지체, 청각장애로 분류한다. 이중 발달장애는 동호인부로, 특히 청각장애학교는 춘천지역에 밀집돼 있다. 장애인태권도실업팀의 지속적인 선수 수급에 어려움이 예상되는 대목이다. 물론 장애인에 대한 세심한 관심과 배려, 그들에게 사회참여와 평등권을 심어주는 것은 좋은 일이다. 그러나 과연 지역에서 거의 불가능할 정도의 선수 수급 문제라면 접근법을 달리해야 하지 않을까. 

지금 자치단체마다 허리띠를 졸라 매고 있다. 고물가, 고유가, 고금리로 대변되는 3고 불황의 경제 상황에서 재정압박이 심해지자, 정부는 물론 강원특별자치도, 원주시는 초긴축 재정에 돌입했다. 원주시 각 부서마다 빈약한 예산에 사업의 선택과 집중을 위해 예산 다이어트가 한창이다. 공약을 위해서라면 공론화 과정 없이 아낌없이 예산을 편성·집행하는 것이 과연 시민들의 이해와 공감을 얻을 수 있을까. 그렇지 않다고 본다.

예산 난맥의 전형이라 할 수 있다. 선심성으로 해석될 소지가 충분하다. 예산은 연기처럼 사라지지만, 장애인실업팀 창단에 따른 성패는 두고두고 회자될 것이다. 한때 시민단체에서 선정한 「밑빠진 독상」에 버금가는 지을 수 없는 오점을 남길지 걱정이다. 필자의 이런 지적은 훗날 핵심을 꿰뚫는 문제 제기로 평가받을 것이라고 감히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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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주민 2024-02-11 20:34:21
고마해라

원주 2024-02-05 10:33:47
원주시 행정 진짜~~~앞뒤가 안맞네
시의회는 뭘 감시하고 뭘 하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