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 있는 아침] 서수찬 作 / 지하 셋방 앞 목련나무
[시가 있는 아침] 서수찬 作 / 지하 셋방 앞 목련나무
  • 원주신문
  • 승인 2024.02.25 2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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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 셋방 앞 목련나무

 

서수찬

 

문을 열고 나오다

소스라치게 놀랐습니다

목련꽃이 너무나 깊게

나를 보고 있기 때문입니다

지난날 이삿짐을 나르다가

장롱이 안 들어가서

목련나무 몇 가지를 자른 것이

마음에 걸렸습니다

그때 일 때문인가 하고

생각하다가

금방 옹졸한 속을 알아차립니다

벌써 목련나무는

그 잘렸던 상처를

꽃으로 삼켜 버린 지 오래입니다

오늘의 문학 『신인작품상 』 수상작 중에서

시는 시라는 집 속에 생명이 살아가는 온기를 느끼게 해야 한다. 또한 그 온기가 억지로 알아차릴 만큼 가식적으로 나타내지 않아야 한다. 봄날, 꽃샘추위 속의 햇살에 개나리꽃이 피듯 자연스러워야 한다. 그러나 그러한 자연스러운 언어들이 실상 시를 읽으면서 발견되지 않는다. 그러한 시들을 찾아내고 마음속에 담아 두는 일이 흔하지 않다. 웬만한 문예지 속에 그러한 시 한두 편 읽으면 나는 만족한다. 이 시도 곰곰이 읽으면 그럴듯하다. 그러나 이사 갈 때 자른 목련 나무가 상처를 안고 핀 이야기 만으로는 생명력을 다 불어 넣었는가라는 반문을 하고 싶다. 시라는 것은 시 제목에서부터 그 생명력을 불어 넣어야 한다. 《오늘의 문학》 통권 59호에서 서수찬 시인의 시인상 작품에서 생명력을 발견하는 기쁨이 있었다. 생각이 봉오리 진 별빛까지 삼켰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지만, 살아가는 온기가 삶을 이끌어 내는 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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