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 있어 줘서 감사합니다"
"살아 있어 줘서 감사합니다"
  • 신동협
  • 승인 2014.05.21 1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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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16일 정장 차림으로 출근을 했습니다. 취재 일정이 잡혀 있었습니다.
 
노트북을 켜고 취재일정과 보고를 마치고 커피 한잔을 마시고 있었습니다.
 
그 때 모니터에서 수학여행을 가는 배가 진도 앞바다에서 침몰했다는 뉴스가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데스크에게서 연락이 왔습니다.
 
아무 것도 묻지 말고 생각도 하지 말고 빨리 진도로 가라.
 
사회부에서 잔뼈가 굵은 저도 당연히 취재지시가 떨어질 줄 알았죠.
 
무조건 진도로 향했습니다. 가는 차안에서 당일 취재 약속이 있었던 분들게 사정 얘기를 했고 모두들 이해하셨습니다.
 
진도로 가는 차안에서 뉴스를 보고 들었습니다. 단원고 학생 전원 무사 구조라구요.
 
정말 그러기를 바랬고 같이 가는 직원들에게 모두 무사히 구조됐으니 우리는 가서 상황만 보고 올라오면 되겠다.
 
참 다행이다. 진도군청에 전화를 걸었습니다.
 
어디로 가면 침몰 당시 상황을 가장 잘 알 수 있냐고요.
 
답변은 진도실내체육관. 진도군청에서도 그곳에 임시 숙소를 마련중이라고 했습니다.
 
네비게이션을 찍고 진도실내체육관으로 향했습니다.
 
도착 당시에는 저희가 보고 들은 뉴스가 사실인 줄 알았습니다.
 
단원고 학생 등 생존자들은 언제 친구들이 올까 담요를 덮어쓰면서도 다음 버스가 들어오길 바랬습니다.
 
당시에는 생존자 대부분이 침몰 당시 상황을 너무나 상세히 인터뷰를 해줬습니다.
 
울면서도 다 살아있다는 생각에 아마도 그랬습니다.
 
한시간 정도가 흘렀을까요. 단원고 학부모들이 진도실내체육관에 도착했습니다.
 
그리고 잠시 뒤 상황은 정반대로 돌아갔습니다.
 
단원고 학생 전원 무사라는 보도가 오보로 밝혀졌기 때문입니다.
 
이 후 단원고 학생은 물론 학부모님들도 언론을 불신하기 시작했습니다.
 
언론의 책임입니다.
 
자극적인 보도에 초점이 맞춰졌지 않았나 생각이 듭니다.
 
정홍원 국무총리가 찾았습니다.
 
많은 충돌이 있었습니다.
 
아이들에게 카톡이나 문자메시지가 왔으니 빨리 구조해달라는 부모부터, 아무말도 없이 눈물을 흘렸던 부모, 자원봉사자들이 주신 음식이겠지만 “아가 빨리 집에 가자. 우리 집에 가서 집밥 먹자‘고 울부짖던 부모.
 
진도에서 첫날 저는 지인들에게 문자를 보냈습니다.
 
”살아 있어 줘서 감사하다“고...
 
<신동협>
전, 경기일보 사회부기자
현, 한동건설 부사장  
(이 글은 세월호 참사현장에서 취재에 나섰던 과거 동료기자의 구술을 바탕으로 작성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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