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왕국의 클래식 이야기] (181) 드보르작 (2) 슬픔을 음악으로 승화시키다
[최왕국의 클래식 이야기] (181) 드보르작 (2) 슬픔을 음악으로 승화시키다
  • 최왕국
  • 승인 2023.01.05 1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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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왕국 [작곡가]
△최왕국 [작곡가]

< 드보르작의 삶과 음악 ⓶ >

드보르작은 8남매 중 장남이었으며, 영세한 정육점 겸 여관을 운영하는 아버지는 장남에게 가업을 잇게 하고 싶어서 13세때 독일어를 배우게 했다. 당시 체코는 오스트리아의 지배를 받고 있던 터라 독일어를 배워야 사업에 도움이 되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마침 그 독일어 선생님(리만)이 전문 음악인이었기에 드보르작의 음악적 재능에 주목하게 되었고, 리만은 드보르작에게 독일어 외에도 음악 이론과 비올라, 바이올린, 피아노, 오르간 등을 가르쳐 주었다.

일단 아버지의 뜻대로 드보르작은 정육점 면허를 취득하긴 했지만, 음악에만 관심을 갖던 그였기에 독일어와 정육점 일은 시쳇말로 젬병이었다. 이에 아버지는 다른 마을, 다른 선생에게 그를 보냈는데 운명의 힘이었는지 그 곳에서도 교회 오르가니스트를 만나 오르간 연주와 성가대 지휘를 하게 된다.

결국 리만과 외삼촌의 강력한 권유로 아버지도 아들의 음악 인생에 찬성표를 던질 수밖에 없었고, 16세의 드보르작은 드디어 프라하의 음악 학교에 입학하게 된다(1857).

< 드보르작의 삶과 음악 ⓷ >

외삼촌의 후원만으로는 생활이 어려웠던 드보르작은 오케스트라의 비올라 연주자와 개인레슨을 병행하였는데(직전 칼럼 참조), 레슨생이었던 요세피나 체르마코바를 사랑하게 된다. 그러나 그 사랑은 이루어지지 않았고, 요세피나의 동생인 안나와 1873년 결혼을 하게 된다.

결혼 후 드보르작은 정신적인 안정을 찾고 작곡도 많이 하게 된다. 게다가 국비 장학생으로 선발되어 연간 400굴덴의 장학금을 받게 되어 시간적으로 금전적으로 더욱 여유가 생겼다.

한편 드보르작은 국비 장학금 신청 서류에 그의 교향곡 1~3번을 비롯한 여러 곡들을 냈는데, 그 작품들이 브람스의 눈에 띄게 된다. 브람스는 드보르작의 작품들을 출판할 수 있도록 출판사도 연결해 주고 홍보도 해 주는 등 많은 도움을 준다. 슈만이 브람스를 이끌어 주었던 은혜를 드보르작에게 대물림한 것일까?

문득 필자가 대학 시절 구입한 클래식 CD 선집에 적힌 문구 하나가 생각난다. 그것은 브람스가 드보르작을 가리켜 한 말이었다.

“나는 드보르작이 쓰다가 버린 동기(motive)만으로도 그보다 더욱 훌륭한 곡을 쓸 수 있다”

드보르작의 천재적인 음악성을 시샘하듯 칭송한 글이면서 동시에 브람스 자신의 탁월한 작곡 스킬에 대한 자랑이었다고 볼 수도 있는 발언이다. 여기서 ‘동기’란 곡의 첫 부분을 이루는 짧은 악상을 말하는데, 보통은 2마디로 구성되며 브람스의 말 속에 나오는 ‘동기’라는 단어는 ‘음악의 작은 파편’ 정도로 해석하면 쉽게 이해가 될 것 같다.

< 슬픔을 음악으로 승화시키다 >

얼마전 필자의 친구가 사랑하는 딸을 잃고 큰 슬픔에 싸였다. 부모가 돌아가시면 땅에 묻고 자식이 죽으면 가슴에 묻는다는데 그 슬픔을 어찌 이해할 수가 있을까?

슬픔에 빠져 약 처방을 받지 않고서는 잠도 이루지 못하던 그 친구가 몇 달 뒤에 슬픔을 딛고 일어나 노래를 만들기 시작하더니 짧은 기간에 5곡의 작사와 작곡을 완성했다. 작곡 전공도 아닌 기악 전공자가 쓴 작품이라고 보기엔 믿기지 않을 정도로 훌륭한 노래들이었다.

음악의 대선배 드보르작도 그랬다.

새옹지마(塞翁之馬)라는 말도 있지만, 드보르작에게 좋은 일들이 많이 생기고 안정감을 찾게 된 직후, 슬픈 일도 생겼으니 그것은 바로 3년 동안 그의 자녀 3명이 연이어 사망하게 된 사건이다.

드보르작은 그러한 절망감과 슬픔을 그대로 담아 ‘슬픔의 성모(Stabat Mater)’라는 종교 합창곡을 작곡함으로서 슬픔과 절망을 음악으로 승화시켰다.

오늘 감상곡은 드보르작의 ‘슬픔의 성모’ 중 가장 유명한 4번이다. 현악합주의 애절한 멜로디로 연주되는 전주와 Alto solo로 나오는 멜로디는 자식을 잃은 드보르작의 슬픔을 잘 나타내 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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