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로봉에서] 아카데미극장 앞 ‘소통의 굴착기’가 필요해
[비로봉에서] 아카데미극장 앞 ‘소통의 굴착기’가 필요해
  • 심규정
  • 승인 2023.10.29 20:39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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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강수 시장이 과연 아카데미극장이라는
시한폭탄의 타이머를 다운시키고
남은 임기 2년을 맞을지,
아니면 타이머 업에 따라 정확히 터질지 정치권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심규정<원주신문 편집장> 

가을비는 상념(想念)을 부른다는 말이 있다. 지난 26일 오후6시쯤 우박을 동반한 소나기가 퍼붓는 가운데 천막으로 둘러쳐진 아카데미극장은 우두둑 우두둑 요란한 소리로 가득했다. 극장 앞 버스정류장은 아카데미의 친구들(아친)이 내건 현수막에 칭칭 감긴 것처럼  보였다. 살풍경한 분위기가 극장 주변을 휘감고 있었다. 

현장은 아카데미극장 철거를 둘러싼 원주시와 아친의 갈등 양상을 적나라하게 웅변하고 있었다. 그러나 이날 양측은 새로운 국면을 맞은 것처럼 보였다. 전날 극장 안에서 농성 중이던 아친 회원이 원강수 시장의 설득 끝에 농성을 푼데 이어 다음날 시청에서 재차 대화에 나섰다. 

또한 원주시는 아카데미극장 철거에 찬성하는 풍물시장 상인들과도 대화를 갖고 의견을 수렴했다. 아주 다행스러운 일이다. 원강수 시장이 아친 관계자들과 적극 소통에 나선 것은 전례 없는 일처럼 보인다.  아직 속단하기 이르지만, 이런 분위기는 많은 시민이 고대하던 흐뭇한 풍경이다. 지난 25일 더불어민주당 한 시의원이 5분 자유발언을 통해 극한 대결 양상으로 치닫는 아카데미극장 사태를 빗대 불통행정이라며 날카로운 화살을 쏜지 하루만의 일이다. 

그는 “원주시민을 십 수일간의 단식과 노숙 농성을 불사하게 하고, 목숨을 걸고 아카데미극장 지붕 밑 고공농성을 하게 했다”라고 우려를 표명했다. 원강수 시장은 과연 ‘스트롱맨 리더’의 이미지를 날려버리고 ‘너그러운 리더’의 모습을 보일 수 있을까? 미국의 경제잡지 「포춘」이 세계 500대 기업의 ceo를 대상으로 CEO의 자질을 조사한 결과 원만한 인간관계(인간성)와 커뮤니케이션 능력(설득력)이 1, 2위로 꼽혔다. 리더가 하는 일의 90%가 소통에 있다. 

시장은 다른 선출직과는 다르다. 진영에 따라 호불호를 보일 수도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이것은 어디까지나 속마음에 담고 있어야 한다. 시장은 특정 진영의 시장이 아니다. 전체 시민을 두루두루 보듬어야 한다. 꾸준히 설득하는 모습이 필요하다. 이참에 아친도 자기파괴적이고 극단적인 접근법에서 벗어나 적극 대화에 나서야 한다. 지금까지 서로 ‘악어의 화법’, 즉 대화가 안 되는 것처럼 보인 것은 유감이다. 철저하게 무장한 ‘마음의 갑옷’을 벗고 간극을 좁혀야 한다.

원주시와 아친이 지금 보이고 있는 다소 간의 해빙무드가 언제까지 이어질지는 모른다. 아친이 또 어떤 카드를 던질지, 걱정이 앞선다. 아친의 아카데미극장 철거 반대 투쟁은 로드맵이 착착 짜여진 것처럼 보인다. 단식농성에 이어 고공농성에 나서기 훨씬 전 지역의 한 인사로부터 전해들은 말이 갈수록 현실화하는 것을 보고 사태의 심각성을 크게 느꼈다. 카드의 수위가 점점 강해지고 있으니 이게 문제인 것이다. 

한 해를 마무리하는 시점. 내년엔 굵직한 정치 로드맵을 앞두고 있다. 4월 10일 22대 총선, 원강수 시장은 7월 1일 임기의 반환점을 맞게 된다. 시간이 휙휙 기나간 것을 보고 ‘아니 벌써’란 말이 나온다. 과연 아카데미극장이라는 시한폭탄의 타이머를 다운시키고 남은 임기 2년을 맞을지, 아니면 타이머 업에 따라 정확히 터질지 정치권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사회심리학 용어 가운데 ‘문간에 발 들여놓기 기법’(foot-in-the-door technique)과 ‘면전에서 문 닫기 기법’(door-in-the-face technique)이란 상반된 용어가 있다. 전자는 보다 큰 요구에 앞서 작은 요구에 동의하게 하는 기법이고, 후자는 매우 큰 부탁을 먼저 해서 거절하게 한 다음에 처음 부탁보다 더 작은 부탁을 하는 방법을 말한다. 이제 대화를 물꼬를 텄으니 아카데미극장 사태의 해법을 진지하게 고민해봐야 한다. 원강수 시장의 리더십이 시험대에 서있다. 아카데미극장 앞에 떡하니 버티고 있는 포크레인이 아니라 ‘소통의 굴착기’를 시민들은 보고 싶다. 아주 간절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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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주시민 2023-11-01 11:03:20
불통이 아니라 핵폭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