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 물때
이세기
밤바다
밤 물때 이는 소리
밀려오고
밀려오는
이 밤 여기 서 있으면
멀리
가까이
무엇인가 울고
무엇인가 흐느끼는
숨소리
오렴
오렴
어서 오렴
밤바다
슬프고 아름다운
밤 물때
이는 소리
이세기 시집《먹염바다》, 실천문학사 에서
이세기 시인은 자연과 내통하며 자연 속의 삶을 부단히 끄집어내고, 사람 살아가는 그 삶이 산산이 부서지지만 함부로 그 말들이 경색되지 않게 유지하는 단단한 힘을 보여주는 시인이라는 인상이 깊었다. 밤 물때 소리를 듣는다는 것은 적막하기 그지없다. 바닷가에 산다는 것은 어쩌면 삶의 길을 물속에 묻어 버리지 않고는 내 한몸 오도 가도 못하는, 쪽배 하나 없이는 물방울 하나 이겨내지 못하는 곳이 바닷가이다. 그런 바다의 밤 물때 소리는 사람의 애간장을 다 녹인다. 어쩌면 그 파도 소리 만으로도 밀려오고 밀려가는 마음이 끝없을 것이다. 이 시에서도 그 절정의 느낌만을 밤 물때에 비추어보고 있다는 것이다. 그 절정이 ‘오렴 / 오렴 / 어서 오렴’이라는 간절함으로 물 때 소리를 친근하게 부르고 있다. 물 때 소리를 가슴으로 받아들이는 시인의 넉넉한 마음이 갯바위처럼 단단히 바닷가를 지키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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