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왕국의 클래식 이야기] (182) 드보르작 (3) 새로운 도전
[최왕국의 클래식 이야기] (182) 드보르작 (3) 새로운 도전
  • 최왕국
  • 승인 2023.02.14 1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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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왕국 [작곡가]
△최왕국 [작곡가]

< 드보르작이 만난 대가(大家)들 >

리스트와 바그너 등 독일 계열 작곡가들의 영향을 많이 받던 드보르작은 체코 국립극장의 비올라 연주자로 활동하면서 지휘자인 ‘스메타나’를 만나게 되어 체코 민족주의 작곡가로 성장하게 되었으며, 국가장학생 신청 서류에 첨부됐던 작품들이 심사위원이었던 브람스의 눈에 띄어 큰 도움을 받은 바 있다. (본 칼럼 180, 181회 참조)

이렇게 브람스의 추천으로 출판하게 된 작품이 바로 ‘슬라브 무곡’ 1집에 수록되어 있는 8개의 곡들인데, 이 작품들은 공전의 히트를 기록하며 그를 일약 세계적인 작곡가의 반열에 오르게 만든다. 이 곡집에 수록된 모든 곡들이 훌륭하지만 오늘은 그 중 가장 유명한 8번을 들어 보도록 하겠다.

얼핏 들으면 브람스의 ‘헝가리 무곡(Hungarian Dance)’ 시리즈와 비슷한 느낌도 들지만 드보르작 특유의 섬세함과 자연스런 선율, 절제된 리듬이 살아 있는 명곡이다. 브람스의 정교한 장점과는 또 다른 드보르작만의 유니크한 장점이라고 할 수 있다.

한편 드보르작은 1888년 프라하를 방문한 차이코프스키를 만나 ‘슬라브’ 문화의 우수성을 세계에 알리기로 다짐했으며 이후 서로의 곡에 대한 칭찬과 홍보, 음악회 초정 등으로 우정을 쌓아갔다. 모차르트 작품 외에는 혹평 일색이었고, 자신의 곡마저도 평가절하하며 힘들어 했던 차이코프스키가 드보르작의 작품을 극찬한 것은 놀라운 일이었다.

결과적으로 이 두 사람은 서유럽과 남유럽 중심의 음악에서 슬라브족(동유럽) 음악의 우수성을 알리는 작곡가가 되었다. 그런 점에서 드보르작의 ‘슬라브 무곡’과 차이코프스키의 ‘슬라브 행진곡’은 큰 의미가 있는 작품이다.

< 새로운 도전 >

드보르작은 1891년에 프라하 국립 음악원의 교수가 되고, 캠브리지 대학의 명예 음악학 박사 학위도 받게 된다. 그런데 일년 지난 1892년 뉴욕 내셔널 음악원장으로 스카웃 제의를 받는다.

거액의 연봉이 제시되었지만 ‘신의’와 ‘애국심’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그로서는 큰 고민에 싸일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드보르작의 마음을 솔깃하게 한 조건이 있었으니 그것은 연 4개월의 방학과 연 10회의 연주 기회를 보장해 준다는 조항이었다. 창작 의욕에 목마르던 그에게는 사양할 수 없는 달콤한 조건이었다.

결국 드보르작은 새로운 도전을 결심, 뉴욕에서 3년간 학생들을 가르치며 작곡 활동을 하게 된다.

< 뉴욕에서의 작품들 >

드보르작의 뉴욕 재임시절에 그의 대표작이라 할 수 있는 여러 곡들이 탄생한다.

타국 생활로 인하여 향수병을 앓던 그가 아메리카 인디언과 흑인들의 음악을 들었을 때, 마치 고향인 보헤미안(체코 서부) 음악을 듣는 듯한 동질감이 느껴졌고, 드보르작은 그 음악들을 흥미롭게 연구하게 된다. 이렇게 드보르작이 흑인영가와 인디언 음악의 영감을 받아서 작곡한 곡이 바로 ‘신세계 교향곡’과 ‘첼로 협주곡’, 현악4중주 ‘아메리카’이다.

현악4중주 ‘아메리카’는 드보르작이 체코에 남아 있던 가족들과 함께 미국의 ‘스필빌(보헤미안들이 많이 모여 살던 동네)’이라는 휴양지에서 함께 휴가를 보내던 시기에 작곡되어졌다. 휴양지의 아름다운 경치, 인디언과 흑인영가에서 영감을 받은 멜로디, 고향의 아름다운 추억이 한 데 어울어진 이 걸작을 드보르작은 속전속결로 사흘만에 초고를, 보름만에 정사보와 파트보까지 완성하였으며 작곡자 자신도 매우 만족스러워 했다고 한다.

총 4악장으로 구성된 이 곡은 아름답고 경쾌한 1악장과 고향에 대한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아련한 2악장이 백미다. 오늘 감상곡은 2악장인데 마치 한국 민요처럼 구슬프면서도 아름다운 멜로디의 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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